1500억원 추가지원에도 끝나지 않은 대한전선 위기

▲ 대한전선 채권단은 추가 지원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장 폐지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대한전선이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올해 2월이면 창립 만 60주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지 57년이나 된 기업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12월 드러난 분식회계 사건이다. 하지만 대한전선의 위기엔 다양한 리스크가 겹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채권단의 부실한 관리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해오던 대한전선이 최악의 위기를 탈출했다.대한전선 채권단이 1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것을 결정, 상장폐지를 극적으로 면할 것으로 보여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전선의 채권단인 10개 은행은 최근 ‘대한전선이 추가 자금으로 지원을 요구한 1300억원과 영업을 위한 외화지급보증 20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한전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2월 2일 가결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여부가 대한전선의 상장 폐지를 막을 방패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심사는 분식회계로 인한 것”이라며 “때문에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그걸 감안해서 심의할 수는 있지만, 지원의 여부가 상장 폐지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장 폐지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업심사위는 1월 23일 대한전선의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채권단 결정이 나지 않아 심사 날짜를 미뤘고, 아직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

사실 대한전선은 2009년 5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계열사와 투자사의 지분과 부동산 등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도 늘렸다. 그 결과 2012년 4월 당시 강희전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으로 2013년 말에는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채권단도 채무이자율을 기존 7%에서 5%대로 낮추며 화답했다. 2013년 10월에는 오너3세인 설윤석 사장이 경영권 포기 선언을 하기도 했다. 모두가 대한전선의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한전선의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었다. 손실 규모 역시 감소하지 않았다. 결국 채권단은 약 7000억원을 출자전환한 후 지난해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가장 큰 원인은 돈줄을 조여야 함에도 돈이 줄줄 샜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의 분식회계 사건은 오너리스크로 돈이 새나간 경우다. 재무구조개선이 한창이던 2011~2012년 사이 대한전선은 오너일가의 기업에 돈을 퍼 주느라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과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과소 계상했다. 부실투성이 대한시스템즈과 거래했다가 돈을 떼인 건데, 이 회사는 설윤석 전 사장(53.77%), 어머니인 양귀애 전 명예회장과 누나(46.23%)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오너기업이었다.

 
전문경영인 리스크도 있었다. 2012년 1월에 드러난 임종욱 전 부회장의 '590억원대 배임ㆍ횡령사건이다. 임 전 부회장은 2006년 자신이 실질적 오너인 기업의 자금난 해결을 위해 대한전선 자회사의 돈을 갖다 썼다. 이 혐의로 그는 결국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분식회계가 터지기 전부터 대한전선의 환부가 곪아 있었단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돈이 줄줄 새나가는 동안 감독기관인 채권단은 전혀 몰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최소한 분식회계는 조금만 신경 쓰면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채권단 은행들은 2013년 말 대한전선의 대출금 7000억원을 출자전환해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채권단의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대한전선 직원들이 참고 견딘 구조조정은 물거품이 됐다”며  “채권단의 고질적으로 문제인 만큼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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