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현주소, 그리고 미래

▲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미칠 영향은 중립적일 전망이다.[사진=뉴시스]

핀테크 산업 육성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허용 정책 추진으로 은행권 수익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은행주가 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단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에 큰 위협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쟁영역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카톡뱅크) 출시 이후 핀테크(Fintech)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과 맞물린 덕분이다. 정부 정책으로 기존 은행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금리ㆍ수수료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은행권의 우려와 핀테크 산업 육성 기대로 양측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핀테크 관련 기업의 주가는 최근 상승한 반면 은행업종 주가는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금융감독당국은 상반기 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와 실명제 규제 등 법규정의 정비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갖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 지점망이 필요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저비용 구조를 통해 기존 은행보다 금리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신용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기존 은행 대비 대손비용률(대손비용÷총대출)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대업무(예금ㆍ대출 업무) 부문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손비용률이 월등하게 낮다는 근거는 아직 찾을 수 없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과 미국 5대 대형은행의 대손비용률을 비교해 본 결과, 미국 5대 대형은행의 총자산 대비 대손비용률은 0.17~0.18%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Discover Bank나 Barclays Bank Delaware 등은 1.66~2.40% 수준을 보인다. 물론 Ally Bank나 E*Trade 등 5대 대형은행 평균보다 낮은 대손비용률을 자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있다. 일본의 경우도 5대 대형은행 평균과 비교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손비용률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총자산 대비 판관비(판매ㆍ관리 비용) 비중 역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기존 대형은행보다 월등하게 낮다고 할 수는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초기에는 마케팅비용 등이 많이 드는 것을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설립된 지 제법 오래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에도 총자산 대비 판관비 비중은 크게 낮지 않다. 무점포ㆍ저비용 구조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예금금리는 기존 은행의 다이렉트예금(인터넷예금) 금리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제1금융권의 다이렉트예금은 모든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통한 입출금과 온ㆍ오프라인 계좌이체 등이 자유롭다. 이런 편리성에 예금이자율까지 높다.

산업은행은 2014년 9월 기준으로 국내 점포가 83개에 불과하다. 전북은행 역시 97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지점망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예금의 1년 정기예금금리는 2.5%로 일반 은행예금금리에 비해 매우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편리성이 없다면 예금금리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아직 미검증

하지만 단순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 차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부문별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이 기존 은행권에 비해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아서다. 주택담보대출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수익성이 저조해 기존 주택담보대출보다 크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소기업대출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에 특화된 은행보다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신용리스크는 정량적 데이터에 의존하기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상당 기간 신용데이터와 리스크관리 노하우가 축적돼야 적정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대출 부문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단기간에 특화해 성장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대기업대출은 신용리스크관련 정량적 데이터를 활용해 충분히 관리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대출은 대상 기업 수가 많지 않아 대출 포트폴리오 분산이 쉽지 않다. 또한 거액대출이 대부분이라서 특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력이 강하지 않을 경우 대기업 부도에 따른 거액대출 1건 부실에 은행의 생사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이 특화하기엔 가계 신용대출 부분이 가장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인터넷거래와 금융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용리스크를 일정 수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손비용률만 잘 관리한다면 수익성도 양호할 수 있다. 가계 신용대출에 따른 대손비용률을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면 경쟁력 있는 수익성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가계신용대출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지주)에게 큰 위협이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지주)은 가계 신용대출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신용대출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은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카드론 부문과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보다 획기적으로 차별화된 편리성이나 이용의 당위성을 제공하지 않는 한 자금조달비용 측면에서 기존 은행권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대출시장은 저금리ㆍ저성장 기조로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Red Ocean)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규정 마련 후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경쟁하기까지 단기적으로는 은행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일 전망이다. 단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대출경쟁영역이 서로 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법규정 정비와 국내외 핀테크 산업의 변화 동향에 따라 은행 산업과 핀테크 산업의 생태계가 어떻게 조성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본격 도입할 경우에도 충성도 높은 고객기반과 사업다각화에 기반한 교차판매 플랫폼이 우월한 대형 금융지주가 경쟁에 유리할 전망이다. 또한 중소기업금융에 특화된 은행, 지역 중소기업대출에 특화돼 있으며 충성도 높은 지역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지방은행지주 등이 경쟁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 Jason.choi@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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