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시장의 변화

대형주 중심이던 주식형 펀드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14년 금융상품 베스트펀드 중 상위권 펀드들이 주로 중소형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였다. 저평가 우량주 또는 지속적인 수익창출 기업을 의미하는 가치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거다. 저성장의 우려 속에서 올해도 그 변화의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듯 가치주를 찾는 게 투자의 관건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펀드업계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잘나간다는 대표 펀드를 포함한 주식형 펀드가 코스피지수 변동보다도 못한 결과를 보여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지난해 펀드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5.35%였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하락률(마이너스 4.76%)보다 손실이 더 컸다. 주식형 펀드에 100만원을 넣었다면 5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주식형 펀드는 하루 종일 주식분석에 매달리는 주식전문가들이 가려낸 우량주들을 펀드로 묶은 것이다. 그 수익률이 전체 주식시장의 수익률보다 낮다는 건 시간과 돈을 들여 괜한 분석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더구나 주식형 펀드가 주식의 기준 지표인 코스피보다 낮은 수익률을 내는 건 세계 펀드시장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다시 말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하는 주식형 펀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거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 수십년간 펀드시장의 ‘대세’였다. 국내펀드부터 해외펀드에 이르기까지 주식형 펀드는 투자업계의 대표적인 역할을 해왔다. 운용사들도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펀드가 아니면 대표 펀드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소형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2014년 금융상품 베스트 펀드 상위권을 중소형주 펀드가 차지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중소형주 펀드가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한국투자신탁운용(현재 한화자산운용)이 ‘거꾸로 펀드’라는 중소형주 펀드를 내놨을 때도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건 역발상 투자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었고, 그 호기심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소형주는 거대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테마펀드인 배당주 펀드도 마찬가지다. 연 100% 내외의 수익률을 보이는 국내펀드와 해외펀드가 자주 등장하는 상황에서 10~20% 수익률을 내는 배당주 펀드는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중소형주와 함께 은근하고 지속적인 수익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더구나 배당주 펀드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 2014년 펀드시장을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 거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이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따라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펀드시장 이면의 변화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표펀드가 바뀌고 있음을 감지하는 거다. 더 이상 국내펀드에서는 100% 내외의 수익을 내는 펀드를 찾기 쉽지 않다.

주식형 펀드의 중심이 됐던 국내 대표기업들도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형주 중심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하락이 그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듯 중소형 기업들 중에서 저평가됐거나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게 중요하다. 중소형 펀드와 배당주 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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