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➌ 남유럽 돼지 | 이탈리아

▲ 이탈리아 시민들이 로마에 위치한 럭셔리 브랜드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한적이다.” 그리스 리스크가 이탈리아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그렉시트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다. 하지만 ECB의 양적완화 효과 반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인 시리자당이 승리했다. 우선 시리자당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는 없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등에 업고 시리자당이 부채 탕감과 반反긴축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유로존이 그리스의 부채 탕감, 구조조정 폐기 혹은 반긴축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점에서 보면, 향후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있는 게 사실이다.

유로존 국가의 상호 의존도를 감안하면 그리스 리스크는 주변 유로 국가로 실물 또는 금융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다른 유로 주요국에 비해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의 대對그리스 수출과 수입 비중(2013년 기준)은 각각 1.0%, 0.6%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스 디폴트로 인한 경기 악화 요인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금융 경로를 통한 영향을 보면, 이탈리아의 대그리스 익스포저(이탈리아 금융회사가 그리스에 빌려준 돈ㆍ위험 노출액)는 2014년 3분기 기준 10억6000만 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금액 자체는 커 보이지만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 대비 0.05%에 불과하다. 영국(0.47%), 독일(0.35%), 프랑스(0.06%)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크다. 그리스 디폴트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ECB가 야심차게 시행한 양적완화(QE)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불확실성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는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고민이 크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 경제 규모가 9% 축소됐다. 내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이탈리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유로화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개선보다 내수를 살리는 것, 특히 체감경기 개선과 자금조달비용 감소가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은 체감경기를 악화시키고, 주변국 전염 리스크로 인해 이탈리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13.4%로 고용시장이 불안하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43.6%에 달한다. 내수 부진과 함께 그리스 시리자당의 반긴축 이념이 이탈리아로 퍼지면 국민 불안과 불만이 한순간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정국 불안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특히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 구조개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결국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이탈리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ECB의 양적완화 정책 효과 반감 등으로 이탈리아 경기와 금융시장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념적ㆍ정치적 불안으로 전염될 경우 2013년 이탈리아 대선 당시와 같이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고,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sjlee@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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