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❹ 남유럽 돼지 | 스페인

▲ 재정위기를 겪은 스페인 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강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스페인에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달가운 시나리오가 아니다. 유로존 붕괴가 스페인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문제가 수습되는 과정에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유로존 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리스가 있다. 최근 실시한 초기총선에서 이른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ㆍ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재정긴축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운 ‘시리자’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시리자는 그렉시트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로존 탈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그리스 화폐인 드마크라화가 부활할 것이다. 드마크라화의 절하를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늘려 정부부채를 갚겠다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내다 팔 물건이 없어 통화가치 하락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그리스는 제조업 기반이 전무한 국가다. 영세한 농업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고 관광과 해운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부문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관광객 유입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통화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불안한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의 증가를 예상하긴 어려운 일이다. 다른나라를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서다.

유로존이라는 경제공동체가 성립된 배경에는 유럽의 양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합의가 있다. 프랑스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재무장에 나서는 것과 경제 패권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로존이란 통화공동체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럽 내 정치적ㆍ경제적 힘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비슷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유로존 탈퇴를 선언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두 나라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30%를 웃돈 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탈퇴는 유로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특히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는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기 회복을 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의 정치ㆍ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스페인의 경기 회복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국제 경제기구가 잇따라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상향조정했다. 물론 50%가 넘는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발생할 수 있는 유로존 붕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스페인에게 달가운 시나리오가 아니다.

시장 참여자는 어떤 사안을 예측할 때 지나치게 시장과 경제적인 시각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로존의 미래, 그리스와 스페인의 선택을 단순한 경제지표를 통해서만 예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 skyhum00@ib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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