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서막

자국통화 절상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시아에도 번지고 있다. 환율 관리에 나선 유럽 중앙은행들에 이어 싱가포르도 자국통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은 대만, 홍콩 등에도 파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원화 강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이유다.

▲ 국내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저유가로 인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명분은 강하다.[사진=뉴시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유럽을 비롯해 세계 중앙은행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스위스는 유로화에 대한 환율 하한 고정을 중단해 지속적으로 환율을 관리할 것을 천명했다. 덴마크도 유로화에 대한 고정은 유지하지만 기준금리를 ECB 회의에 앞서 마이너스 0.05%에서 마이너스 0.20%로 인하했고, ECB 회의 결과가 예상보다 더 확장적이자 기준금리를 다시 마이너스 0.35%로 추가인하에 나섰다. 캐나다와 터키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같은 통화정책 이유는 경기부양과 자국통화 절상을 방어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아시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월 28일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자국통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원래 대외경기에 대한 높은 민감도와 꾸준한 경상흑자 구조 때문에 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환율을 우선하고, 물가와 경기에 따른 기준금리를 변동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과 말레이시아 대비 자국통화 절상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임을 명기했다. 더구나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는 4월 정례회의에서 추가적인 정책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싱가포르와 유사한 환율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ㆍ홍콩ㆍ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의 정책에 강한 자극을 줘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과 대만도 달러 강세에 따른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을 선택한다면 일본이 만든 통화가치의 차이에 더해서 아시아 역내에서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 아시아로 번진 환율전쟁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중국도 춘절 이전에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의 확장 정책이 확인된다면 원하지 않는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 아시아의 환율 전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싱가포르와 일본 등 국가들의 통화정책은 환율의 안정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와 환율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된다면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상황은 예전보다 나쁘지 않다. 국내 물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은 강하다. 1월 소비자물가는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요인이 물가를 높여 다시 물가상승률이 1%대로 올라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 때문에 환율의 안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중앙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저유가 환경은 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주고 있다.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하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는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빠른 원화 강세는 다시 한국은행의 정책에 더 강한 압박을 주는 변수다”며 “그래서 시점이 늦춰질 뿐 역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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