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 앞둔 朴의 고민

▲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삼구 회장이 반드시 금호산업을 인수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금호산업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재계의 관심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해 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자금력 갖춘 잠재 후보군 견제에 금호고속 등 채권단 지분도 남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울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의 성공 여부에도 재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확보한 지분 57.6%를 이번에 일괄매각하기 위해 지난 1월 30일 금호산업 매각 공고를 낸 뒤 본격적인 매각일정에 나섰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금호리조트 등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의 정점에 위치한 명실상부한 그룹 지주회사다.

일단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금호산업 지분을 10.1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40%만 추가 인수하면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박 회장 부자父子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1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인수대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57.6%는 시가로 4600억원(1월 27일 종가 기준)대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최소 6000억원 이상을 동원해야 금호산업을 인수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11년 금호석유화학 지분 5.3%을 매각해 330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투입해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보유한 금호산업(10.4%)과 금호타이어(5.22%) 지분은 전량 담보로 설정돼 추가 대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사정에서 CJ,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그룹과 삼성그룹, LG그룹 등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관심을 기울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박 회장을 고민스럽게 하는 부문이다. 여기에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PEF)’가 오는 3월 2일까지 박 회장 측에 금호고속 인수를 결론지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래저래 박 회장의 머리는 복잡하다. 하지만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의지는 강하다. 박 회장은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다음날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호산업 인수는 순리順理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부족한 인수자금을 확충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를 인수전에 참여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사돈기업인 대상그룹이 꼽힌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박 회장의 여동생이다. 대상그룹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동자산은 8835억원,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548억원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지분 204만8000주(6.16%)를 매수, 박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해 잠재 후보군으로 주목받았던 호반건설은 1월 23일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지분 1.21%)를 처분, 공시 의무가 없는 5% 이하로 낮춘 후 시장의 눈 밖으로 벗어났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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