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봉 Auto 그리고 view

▲ 1월 5~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자동차-IT간 융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 산업이 기계(Mechanic) 중심에서 전자(Electonics)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은 그 중간 단계인 전장(Mechatronics)의 진보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잘 나타났다.

소비자가전쇼(CESㆍConsumer Electro nics Show)는 미국가전협회의 지원으로 열리는 정보통신(IT)업계 대표 전시회다. 이 행사를 통해 1970년대 VCR, 1980년대 캠코더와 CD플레이어, 1990년대 DVD와 HD TV, 2000년 스마트폰과 3D영상기술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만큼 CES는 IT 소비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요한 행사다. 그런 CES에 몇 해 전부터 IT업체가 아닌 자동차 업체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갖가지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카, 소형 경량비행체인 드론의 인기가 높았다. 현지에선 CES가 마치 모터쇼(Motor Show)를 방불케 한다며, 이젠 자동차의 중심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전된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이번 CES에선 보다 많은 자동차-IT간의 융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ㆍ스마트워치 등 스마트기기와 연결성을 높인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360도 충돌회피 시스템 같은 능동적 안전시스템, 새로운 개념의 헤드램프인 아이코닉 라이트(Iconic Light), 운전자 편의성을 높인 RVPA(Re mote Valet Parking Assistant)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 벤츠는 구글과 아우디가 선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부문에 ‘F015’라는 콘셉트카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일부에선 자동차산업을 성장이 멈춘 정체산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자동차라는 재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번 CES가 보여준 자동차의 역동적인 모습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100년 이상 기계(Mechanic)가 중심이 된 자동차가 점점 전자(Electonics) 영역으로 변해가고 있고, 지금은 중간 단계인 전장(Mechatronics)의 진보를 경험하고 있다. 전장은 전자 시스템이 기계장치를 서포트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구글과 애플, 아우디, 벤츠 등이 집중하고 있는 무인자동차(Self-driving Technology) 기술은 운전자에게 ‘핸들로부터의 자유’를 가능케 해 자동차를 완전한 인포테인먼트 도구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완전한 전자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현재 자동차 회사의 기계적 경쟁력은 IT업체의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도기적 단계에서 현재 수위권의 자동차 회사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집중 투자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의 천문학적 현금동원 능력과 개발속도를 보면, 자동차업체 위상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성장산업으로 보느냐, 사양산업 혹은 저성장산업으로 볼 것이냐는 시야를 어떤 범주까지 두느냐, 경쟁의 원천이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분명 IT 강국이다. 현대차가 이번 CES에서 디스플레이 오디오 시스템과 스마트워치 블루링크를 출시하며 호평을 받은 것도 우수한 한국의 IT 토양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OS를 앞세운 구글카, ios를 앞세운 애플카가 결국엔 자동차 분야에서도 세계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IT와 자동차가 함께 살기 위해선 더 늦기 전에 힘을 합쳐야 한다. 스마트폰의 과오를 자동차에서까지 범해선 안 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 coolbong@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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