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 카드 뽑은 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되는 모든 스마트TV에 타이젠을 탑재, 차별화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바다’의 실패 이후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을 내놨다.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인도시장에 출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는 여세를 몰아 타이젠 OS를 냉장고ㆍ세탁기 등 모든 가전제품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본색을 드러낸 삼성전자의 ‘T-Road(타이젠의 길)’을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생태계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생태계 확대를 위한 타이젠 러시의 첫 선수는 타이젠 스마트폰인 ‘삼성 Z1’이다. 지난 1월 14일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하고 인도에서 출시됐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등과 공동 개발해 2012년 공개한 스마트 기기용 OS다. 삼성이 구글 OS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텔ㆍNTT도코모 등과 타이젠 연합을 결성해 타이젠폰을 준비한 지 2년 만의 성과다.

타이젠은 삼성이 꿈꾸는 ‘스마트 홈’의 허브 역할을 해줄 핵심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타이젠폰 Z1은 4.0형 디스플레이, 1.2㎓ 듀얼코어 프로세서, 듀얼 심카드, 1500㎃H 용량 배터리, 310만 화소 카메라 등의 사양을 갖췄다. 인도 현지에서 5700루피(약 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단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1월 26일 외신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Z1은 인도에서 출시된 지 10여일 만에 5만대가 넘게 팔렸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 아심 와르시는 이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Z1의 판매량이 예상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출시지역을 인도 인접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일엔 방글라데시에도 출시했다.

 
하지만 타이젠폰 Z1을둘러싼 해외 언론 시각은 엇갈린다. 미국 IT전문 매체 지디넷의 칼럼니스트 라지브 라오는 “Z1을 인도에서 출시한 것은 스마트폰을 아직 산 적이 없는 소비자층을 대거 흡수하고 자체 OS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똑똑한 전략”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삼성전자가 이를 계기로 세계 저가폰 시장에서도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카란 타카르의 말을 인용해 “92달러의 Z1이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저가폰 시장에는 이미 이런 가격대의 제품들이 매우 많다”며 “소비자들은 가장 싼 제품이 아니라 특정한 사양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생태계 구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OS 탓에 구글에 끌려다니는 것도 모자라 디바이스마저 중국기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자체 개발한 OS를 밀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CE) 부문 대표가 최근 타이젠을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전략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삼성전자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할 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때 큰 성공을 거뒀다”며 “IoT 진화에서 또 한번의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하는 모든 스마트TV를 비롯해 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ㆍ로봇청소기에도 타이젠을 적용할 방침이다. 가전제품 전체를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폰 출시에는 모바일 OS의 독립보단 IoT 플랫폼에 타이젠 OS를 확대ㆍ적용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타이젠 생태계를 가꾸기 위해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의 신뢰와 참여가 필요한데, 이게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타이젠 역습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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