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 서울 블랙야크 양재사옥에서 열린 2015 블랙야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강태선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강태선(66) 블랙야크 회장이 새해 ‘탈脫토종 글로벌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 아웃도어의 명가名家라는 평판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미국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nau)’를 인수하고 글로벌 사업에 아들 강준석(34) 이사를 포진시켰다. 40여년 전 남대문시장과 종로바닥에서 시작한 그의 사업이 미국ㆍ유럽ㆍ일본으로까지 뻗쳐 나가 흥미롭다.

2000년대의 특이한 사회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등산 붐’이다. 덩달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놀랄 정도로 커졌다. 연 30%의 성장률은 예사였다. 블랙야크를 비롯한 노스페이스, K2, 코오롱스포츠, 네파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그 성장세가 꺾이고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후퇴냐 전진이냐’의 기로에 들어선 것. 업계는 지난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2013년 수준(약 6조9000억원)을 겨우 웃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블랙야크 매출도 2013년(5805억원)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표 참조). 강 회장이 새해를 ‘글로벌 톱5’를 향한 원년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그의 의지는 단단해 보인다. 지난 1월 13일 서울 양재동 ‘블랙야크 양재사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 블랙야크가 42년째를 맞으면서 새로운 비전을 내놓으려 한다. 글로벌이란 냉정하고 차가운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토종’이란 단어를 빼고 ‘글로벌 아웃도어 블랙야크’로 나갈 생각이다.”

지난 연말 서울 가산동 사옥에서 양재동 신사옥으로 옮긴 후 처음 가진 언론 접촉에서 ‘탈脫토종 글로벌 블랙야크’를 선언하고 나선 것. 강 회장의 다짐은 이어진다. “2013년 글로벌 사업본부 설립이 베이스캠프 구축이었다면 올해는 아시아ㆍ유럽ㆍ북미 등 3대륙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캠프1’ 구축의 원년元年으로 삼겠다. 올해를 기점으로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에서 ‘신新 한류’ 바람을 일으키면서 세계적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미국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인 ‘나우(nau)’를 인수했다. 나우의 부채 등을 포함해 100% 인수 조건이다. 인수액은 1500만 달러(약 162억원). 인수 작업은 2013년 가을부터 시작됐으나 상표권 문제 등으로 지난해 말 완료됐다. 나우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아웃도어 회사로 나이키ㆍ파타고니아ㆍ아디다스 제품 개발자들이 2007년 창립했다. 친환경주의를 바탕으로 디자인과 패션을 강화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 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강태선 회장.[사진=뉴시스]
미국 내 고객층은 20~30대 젊은층으로 유기농 면 소재, 카키색ㆍ무채색 등으로 세련된 도시감각을 표현한다. 가격대는 재킷 한벌이 40만원대로 국내 아웃도어 제품과 비슷하다. 강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블랙야크 글로벌사업부 이사는 “고기능과 화려한 색상의 블랙야크와 나우는 서로 다른 강점을 지녀 두 브랜드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우 제품은 미국에서 주로 디자인을 하되 올해는 수입해서 국내 멀티숍에서 먼저 팔게 된다.

내년부터는 한국과 중국에 본격적으로 나우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아웃도어 본산인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란 지적도 있다. 패션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블랙야크의 전략이 잘 맞아떨어질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세계 1위 아웃도어 시장이자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시장(2013년 시장규모 11조원 상당)에 인지도가 낮은 미국 브랜드 ‘나우’를 앞세워 공략에 나서는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개 국내 패션업체들은 인지도가 좀 높은 브랜드를 인수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 초기 투자를 줄이고 보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블랙야크의 나우 인수 전략이 성공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설립된 나우는 현재 미국 전역에 10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블랙야크-나우 시너지 효과 낼까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시장은 성숙기도 지나 롱런하는 브랜드들만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적다는 얘기다. 그래서 블랙야크가 나우를 앞세워 과연 생각만큼 미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강 회장은 “국내 토종 브랜드가 글로벌 명품브랜드로 자리 잡을 때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의적인 길을 갈 것”이라고 재삼 강조한다.

올해 국내시장과 아시아ㆍ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북미 진출 준비를 서두른다는 전략이다. 블랙야크는 지난 2012년 중국에 진출해 현재 26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 타멜에 1호점을 열었고 지난해 태국ㆍ대만 등의 아웃도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와 함께 2012년부터 독일 뮌헨의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박람회 ‘이스포(ISPO)’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유럽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2013년 유럽에서 블랙야크를 처음 선보였다. 스위스ㆍ이탈리아ㆍ터키 등 유럽 3개국에 테스트 매장을 통해 진출한 것. 지난해 독일 뮌헨에 블랙야크 쇼룸을 오픈하면서 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업계는 강 회장이 국내 사업을 주로 챙기는 한편 글로벌 사업은 아들 강준석 이사에게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해외사업을 통해 2세 승계의 터 닦기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나우의 대표이자 블랙야크 글로벌 사업본부를 맡은 강 이사는 유럽 및 아시아 사업전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년 독일에 단독 매장을 오픈해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향후 영국ㆍ스칸디나비아ㆍ프랑스ㆍ러시아 등 유럽 유통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시아시장에서는 일본시장 공략에 방점을 둘 생각. 그는 “올해 일본시장 공략에 중점을 두는 한편 홍콩ㆍ인도 등지의 사업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시장과 관련해서는 “북미 아웃도어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진입장벽이 높다”며 “따라서 현지 파트너십 체결ㆍ브랜드 인수 등을 통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야크는 2013년 미국 리딩 아웃도어 브랜드인 ‘마모트’와 장기(10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에 ‘나우’까지 인수하면서 북미진출의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나우 인수로 북미진출 교두보 마련

블랙야크의 모태는 1973년 서울 종로5가 골목에 자리 잡았던 등산장비전문점 ‘동진산악’이다. 33m²(약 10평) 남짓한 공장과 10m²(약 3평)도 채 안 되는 매장이 전부였다. 첫 제품은 ‘자이언트’라는 브랜드의 배낭이었다. 17년 뒤인 1990년 강남구 신사동으로 사옥을 옮긴다. ‘블랙야크’란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1996년. 2000년대 접어들어 등산용 고가 의류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블랙야크도 빠른 성장가도를 달려 오늘에 이르렀다. 제주 출신인 강 회장은 남대문시장과 종로바닥 등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40여년 만에 블랙야크를 국내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업체로 성장시켰다. 올해 들어 ‘글로벌 톱5 도전’을 선언하고 나선 그의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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