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국제유가 바닥론

▲ 미국 원유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날개가 꺾인 듯 추락만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2월 2일 두바이가격이 3일 연속 급등했을 정도다. 이를 두고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를 내다볼 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입장이 중요하다. 그런데 OPEC은 아직 감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국제 유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2월 2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8.81달러를 기록, 전날(45.59달러)에 비해 7% 증가했다. 이후 3일(52.62달러ㆍ15%), 4일(54.72달러ㆍ4%) 연속으로 급등했다. 5일 51.41달러로 떨어졌지만 시장에선 “50달러 선을 회복했다”며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반등한 것이다.

유가가 지난해 상반기 100달러 선에서 급락한 이유는 수급불균형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이 늘자 에너지 패권을 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대응하면서 공급 과잉에 불을 붙였다. 사실 지난해 11월 27일 OPEC 정례회의 당시 시장은 OPEC이 생산량을 조절해 유가 방어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OPEC은 하루 생산한도 3000만 배럴을 그대로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OEPC이 미국 셰일 에너지업체에 전통 원유에 대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가격 경쟁을 통해 미국업체 고사 작전에 나섰다고 말한다. 셰일 오일의 생산 단가가 전통적인 원유 생산 단가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유가를 그 밑으로 떨어뜨리면 미국 셰일 에너지업체가 문을 닫을 가능성은 커진다. OPEC의 원유 생산 단가는 평균 20~40달러 수준이고, 셰일 오일은 65~70달러다. 가격으로 경쟁하면 셰일 오일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OEPC 회원국은 국가 재정 대부분을 원유 판매 수입에 의존한다. 유가 하락이 계속된다면 국가 재정이 버티지 못한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연평균 유가가 87.6달러를 유지해야 재정수지 흑자를 낼 수 있다. 이란은 143달러, 리비아 99.6달러, 이라크 93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 66.5달러, 쿠웨이트는 58달러가 균형재정에 필요한 적정 유가다.

미국 셰일 오일 vs OPEC

그로부터 약 두달 뒤 국제 유가 시장엔 한 소식이 전해졌다. 1월 30일 미국 유전 정보업체인 베이커휴스는 미국 내에서 채굴 활동을 하는 석유 시추기가 1223개로 한 주 만에 97개(7%)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10일 1609개와 비교하면 24% 줄었다. 미국 셰일 에너지업체들이 유가 하락으로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면서 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제시설 파업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정제시설과 송유관 등의 석유기업들이 가입돼 있는 미국철강노동자조합(USW)은 2월 1일부터 노사협약 개정을 요구하며 미국 9개 지역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수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 휘발유 가격이 상승했고, 유가 급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 원유 생산은 아직까지 줄지 않고 있다. 시추기가 줄었다는 것은 실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앞으로 생산할 양이 감소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실제로 미국 원유 생산량은 1월 30일 기준 920만 배럴로 한 주 전보다 2만 배럴 증가했다. 유가가 상승한 이유가 실질적인 생산량 감소가 아닌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원유 생산량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막상 생산량은 줄지 않고 있다”며 “유가가 올랐다 다시 빠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초점은 미국 원유 생산의 반응 속도로 맞춰진다. 강유진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미국 셰일 에너지업체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유가 헤지나 오일필드서비스의 비용 인하, 기타 원가 절감을 통해 최대한 생산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감산이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유 감산 기간이 1~2년은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의 설명이다. “미국 셰일 오일 히스토리를 보면 2009년~2010년 생산되기 시작됐다. 보통 2~3년 안에 전체 생산량의 60~70%가 나온다. 생산량이 줄기 시작한 광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동시에 채굴 활동까지 접고 있다. 1~2년 안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국제 유가는 현재 바닥 수준에 접해 있다. 2월 5일 현재 유가는 51.41달러. 45~55달러의 박스권을 형성하다 1년 안에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가는 1월 12일 45.67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미국 원유 생산량 감소 측면에서 바라본 관점이다.

45~55달러 박스권 형성 후 급등 전망

OPEC의 입장이 보다 중요하다. OPEC이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유가는 계속해서 떨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30달러 선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석진 이석진원자재해외투자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OPEC이 유가 전쟁을 하게 된 배경은 미국 셰일 에너지업체를 무너뜨리기 위한 측면이 크다. 조만간 유가가 다시 올라간다면 이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OPEC이 바라는 것은 미국 셰일 에너지업체의 감산이 아니라 부도다. 유가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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