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의 역설적 과제

▲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LCC의 국내선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사진=에어부산 제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이 가파르다. 국내선 시장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60%는 거뜬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국제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안전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저렴한 항공요금을 더 낮춰야 한다. LCC의 역설적 과제를 취재했다.

과거 해외여행을 하려면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과 그 외 해외 유명 항공사를 이용해야 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최근 근거리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한 고객의 말이다. “다소 불편한 점도 있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매력적인 LCC를 사용하게 된다.” 중국ㆍ일본 등 가까운 해외여행의 경우, LCC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김포~제주도 등 국내선은 말할 것도 없다.

LCC의 성장이 가파르다. 국내 LCC 시장은 2005년 1월 제주항공이 출범하면서 형성됐다. 이후 에어부산(2007년 8월), 이스타항공(2007년 10월), 진에어(2008년 1월), 티웨이항공(2010년 9월)이 등장했다. 2005년 당시 LCC의 국내선 시장 점유율은 0.2%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51.2%로 증가했다. 국내선 승객 절반 이상이 LCC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0.05%에 불과했던 국제선 비중도 2014년 11.5%로 증가했다. 실적도 개선됐다. 2013년 5개 LCC가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제주항공은 당시 151억원, 진에어는 71억원, 에어부산은 50억원, 티웨이항공은 36억원, 이스타항공은 22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역시 5개사 모두 흑자구조를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CC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저렴한 운임과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사실 국내 LCC는 사업 초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LCC는 안전하지 않다’는 소비자 인식이 강했고, 이를 극복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기 도입 등 초기 자본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항공업 특성상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 과정에서 자금난으로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5개 LCC가 큰 사고 없이 운영된 것도 성장 요인 중 하나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이 시장에 진입한 것도 소비자의 안전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항공시장에 효율적인 소비 트렌드 바람이 불면서 운임이 저렴한 LCC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성장에 한몫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조금 넓은 좌석 간격이나 마일리지 적립 등 단거리 노선 이용자에게 메리트를 별로 주지 못하는 편익을 없애는 대신 낮은 운임의 항공권을 제공하는 LCC 전략이 효율적인 소비를 원하는 시장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국제선 강화로 제2의 성장 준비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한 노선 운영 전략도 잘 맞아떨어졌다. 국내 LCC의 기본 성장 계획은 국내선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후 국제선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김해공항을 베이스로 성장한 에어부산은 부산~서울 노선에 집중했다. 에어부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서울 출장이 잦은 기업을 타깃으로 특별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반응이 좋아 노선을 증편, ‘서울 매시 30분 출발, 부산 매시 정각(60분) 출발’이라는 ‘3060 셔틀서비스’로 운영했다.” 제주공항을 베이스로 한 제주항공 역시 수요가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꾸준히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몫했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만 285만명이 넘는다.

LCC의 성장은 국내 항공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했다. 과거 소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개 항공사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5개 LCC를 포함 7개 항공사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업체간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보다 활발해졌고, 그 이익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시장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5개 LCC가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선보이는 특가 항공권은 현재도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항공사는 LCC와는 다른 고급,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항공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국내 LCC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해까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고, 경쟁력을 쌓았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성장기다. 주요 LCC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ㆍ합병(M&A)을 활용해 성장해 나간다가는 계획이다. 에어부산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LCC의 성장동력인 국제선의 경쟁력도 더 쌓아야 한다. 국내 LCC 맏형격인 제주항공은 올 2월 ‘베이징北京 노선’을 개설할 정도로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중국 시장 확대가 향후 미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며 “중국 현지에 맞는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해 다가오는 항공자유화(Open Sky) 시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도 중국 노선을 강화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중국지역은 아직 항공자유화가 안 된 지역이 많아 LCC가 취항하기에 적합하다”며 “해외 관광객 중 중국인이 가장 많은 현재 상황에서 중국 노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중단거리를 뛰어넘은 장거리 국제선을 공략한다. 다른 LCC가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에서 차별화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 기종인 B777-200ER을 도입했다. 현재 괌 노선에 투입되고 있고, 조만간 LCC 최초로 하와이 호놀룰루에 취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비행기 3대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올 상반기 대구~중국 상하이上海, 인천~라오스 비엔티엔, 인천-일본 오사카 등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중국노선 잡기 나선 LCC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국제선을 늘리는 등 사업을 확대하면서 자칫 안전에 소홀할 수 있어서다. 김제철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 본부장은 “국내 LCC의 경우 재무구조가 약하고 안전과 경영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사고가 한번 터지면 나면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국제노선을 늘리고 서비스 질을 강화하다 보면 안전에 소홀할 수 있는데, 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측면에서의 혁신 또한 중요한 과제다. 현재 대형항공사의 운임이 100원이라면 국내 LCC 운임은 80원 정도다. 할인 운임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중국 춘추항공,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국내 LCC의 경우 가격 혁신에 많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해외 LCC와 경쟁해서 승리하기 위해선 진짜 LCC다운 가격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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