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광화문 광장은 스노보드대회 개최 등의 장소로 이용되면서 사람 중심의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사진=제이누리 제공]
광장은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은 세계 광장 중에서 최악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도시마케팅이라는 명분으로 광화문 광장은 누더기로 변해버렸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광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 국어사전에 나오는 ‘광장’의 뜻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장은 어디일까. 수도 서울의 ‘광화문 광장’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을 ‘광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또 ‘광장’은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까. 우선 선진국의 광장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자.

#사례1 세계의 교차로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차 없는 거리’ 타임스 스퀘어. 1904년 뉴욕타임스(NYT)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타임스 스퀘어란 이름이 붙었다. 12월 31일 밤엔 전세계로부터 달려온 수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뒤엉켜 새해를 맞이하는 세계적 명소다.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도 유명했던 이곳이 차 없는 거리가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도심을 위한 녹색 신호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9년 6월부터 주변 도로의 차량 통행을 완전 금지하면서다. 뉴욕시는 차가 없어진 도로를 광장으로 편입했다. 일부 차도는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로 바꿨다.

#사례2 1805년 트래펄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제독을 기념해 만든 영국 런던의 ‘보행자 천국’ 트래펄가 스퀘어. 런던시는 이곳 명소를 시민들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1년 ‘월드 스퀘어스 포 올(World Sqare For Allㆍ모두를 위한 세계 광장)’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광장 북쪽 차도를 통제하고 그 위쪽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로 바로 이어지도록 널찍한 계단을 만들었다. 장애인을 위해 광장 주변 길의 모든 턱도 없앴다. 광장 한편에는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했다. 3년여의 공사 끝에 트래펄가 스퀘어는 내셔널 갤러리, 성 마틴 교회 등 주변 관광 명소와 보행로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광장으로 거듭났다.

#사례3 중국의 심장으로 불리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천안문 광장, 사람중심 광장이다. 베이징시는 2008년 올림픽 개최 전 광장과 주변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광장 전체의 요철을 없앴다. 광장으로 통하는 도로의 턱도 사라졌다. 아울러 한 세기 전 베이징의 대표적인 상업지구였던 광장 남쪽의 전통거리 전문대가前門大街를 과거 모습으로 복원했다.

#사례4 꽃과 낭만으로 물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그랑플라스(Grand Place) 광장. 브뤼셀을 비롯해 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광장은 좁은 골목을 거쳐 가다보면 갑자기 뻥 뚫린 넓은 공간과 만난다. 많은 사람과 꽃, 거리공연 등 음악과 문화를 만나는 곳이다. 자동차는 절대 볼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계심과 두려움이 없는 공간이다.

서울 광화문은 필자가 본 세계 광장 중에서 최악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좁은 직사각형 면적에 분수대와 각종 시설물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서다. 겨울에는 스노보드 월드컵대회를 위해 아파트 13층 높이의 임시 점프대가 설치되기도 한다. 매월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다 보니 ‘공사판 광장’이라고 불린다. 과거 보여주기(Showing)에 집착한 모 서울시장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도시마케팅이라는 명분으로 광장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렸다. 광화문 광장을 TV드라마 촬영장으로 제공한 것이나 스노보드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도시마케팅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비싸게 지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 등도 도시마케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우리네 광화문 광장은 자고 나면 새로운 게 만들어진다. 그야말로 10년 앞을 바라보고 진행되는지 묻고 싶다. 나무 한 그루가 없어 쉴 그늘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마자 괴상한 파라솔이 등장했다. 광장과 차도의 방어벽이 없어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고 하자 부랴부랴 경계석을 설치했다. 결론만 말한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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