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설 연휴 다이어트법

▲ 설이 끝난 후 체중이 늘었더라도 긴장할 필요 없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쉽게 제 몸무게를 찾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피해가기 힘든 과식의 덫,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살찔 걱정과 살 뺄 궁리를 동시에 하다 보니 명절이 다가오면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올 설은 더 길다. 16ㆍ17일까지 빨간색으로 칠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장장 9일간 먹고 마시며 놀 수 있다. “과식하도록 내버려 두어라! 무덤이 그를 향해 세배나 큰 입을 벌릴 것이다.” 뭘 좀 먹을 뿐인데 심하게 느껴지는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다이어트 격언이다.

음식이 자기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가는 것임에도 통제하기 어려운 건 빈곤 유전자가 우리의 의지와 상반된 지시를 하는 탓이다. 과거에는 1년에 두번뿐인 명절을 통해 부족한 영양을 보충했지만 현대인은 상황이 다르다.  빈곤이 풍요로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풍요가 과잉으로 바뀌는 데는 불과 5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전엔 설 명절에나 맛볼 수 있던 음식들이 우리의 일상이 됐다.

옛사람들의 생일상처럼 우리는 오늘 점심밥을 먹었고 선조들의 잔칫상처럼 우리는 오늘 저녁을 먹을 것이다. 평상시 음식이 명절과 비슷하니 설이라 해도 특별 할 것은 없다. 그러나 명절은 평상시와 환경이 다르다. 맛난 음식을 곁들여 친지, 또는 친구와의 만남을 즐기는 시간이 밤낮 구분 없이 며칠씩 이어진다. 게다가 명절 음식들은 각종 부침, 기름에 볶은 나물, 잡채, 떡국 등 한마디로 열량 폭탄이다. 맛있는 음식은 뭐든지 술안주가 되다 보니 술 역시 사방에 넘쳐난다.

열량 폭탄 쏟아지는 명절

차례를 지낸 후는 말할 것도 없고 차례 전부터 음복飮福(제사를 마치고 제사에 참석한 후손들이 제수나 제주를 먹는 일)이 이어진다. 친지가 방문하면 한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또 한 잔, 끊임 없이 술자리가 이어진다. 빈번한 술자리는 일명 헛헛한 느낌의 공복감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 알코올이 텅 빈 열량이긴 하지만 다른 영양소에 비해 대사순위가 빠르다는 게 문제다. 결국 실질적 에너지원이 부족해진 우리 몸은 혈당이 저하돼 허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음주가 과식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이유다.

그렇다면 술안주와 음주 후 먹은 진짜 음식들은 어디로 갔을까. 필자가 말하지 않아도 그 잉여 에너지의 행방은 잘 알 것이다. 주부들이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식하듯 집어먹는 양도 만만치 않으며 식사 후 이어지는 다과의 양도 한끼 식사를 대체할 정도로 열량이 높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비만 걱정 없이 명절을 즐길 방법은 없을까.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라는 기존의 식상한 얘기들은 독자들의 가슴에 닿지도 않을 것이다.

필자는 명절을 맞이한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1년에 두번뿐인 명절 아닌가. 그냥 맘 놓고 즐기라고 말이다. 11개월 15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연간 15일 남짓이 문제가 되는게 아니다. 모처럼 해후한 친지들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즐길 상황에서 궁상(?)떨지 말고 평소에 하던 대로 하라는 것이다. 다만 몇가지 지침은 있다. 식사 전 과일이나 명태포 등 저작이 수반되는 음식을 군것질하듯이 먹어두면 기름진 음식의 과식을 다소 줄일 수 있다.

 
많이 먹더라도 음식의 순서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보자. 채소→고기→밥의 순이다. 식이섬유→단백질→전분의 순서인데, 이는 혈당을 천천히 올려가며 식사를 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식사 시간 외에 무심코 떡이며 전을 한두개씩 집어먹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성인 비만은 생성된 지방세포의 크기를 초과 열량으로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남아도는 열량을 비축하는 역할은 인슐린 호르몬이 담당한다.

결국 우리가 인슐린을 빈번하게 또는 과하게 쓰는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비만 해소의 관건인데 그 나쁜 식습관의 중심에 무심코 집어먹기 행위가 있다. 지금부터는 명절이 지난 후 상황을 살펴보자. 지침을 지켰다 하더라도 열량섭취가 많았으므로 2~5㎏의 체중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늘어난 체중계의 숫자를 보고 경악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단기간에 체중이 늘어난 이유는 카보로딩(Carbohydrate Loading), 다시 말해 탄수화물 축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다.

단기간에 축적된 탄수화물로 인한 체중 증가는 수분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물 비만이란 맥락으로 봐도 된다. 산소를 마시며 힘차게 걷는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 다량의 수분을 날리고 약간의 지방을 태워 일주일 내로 체중을 정상화할 수 있다. 다만 정상화 기간에는 탄수화물 및 지방의 섭취량을 평상시보다 30% 정도 줄여야 한다. 사필귀정이라 했다. 달력의 빨간 날을 이틀 늘린 능력자라면 정상체중을 찾는 데 이틀 정도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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