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 | 석유ㆍ정유화학

 
“파라자일렌 설비 투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유ㆍ화학업계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단순히 저유가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고정자산회전율에 답이 있다.

‘276.0%.’ 2014년 3분기 정유ㆍ화학업종의 고정자산회전율이다. 2009년 3분기 285.8%에 비해 9.8%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20 09년 3분기~2014년 3분기) 조사대상 300개 기업의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이 88.8%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나쁜 수치다. 설비투자에 투입된 기업자본이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정유업종의 회전율 하락이 눈에 띈다. 국내 정유4사의 회전율을 같은 기간(2009년 3분기 385.5%→ 2014년 3분기 316.5%) 68.5%포인트 떨어졌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생산품들은 아직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범용 합성수지 생산이 많은데,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공급이 넘쳐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졌다”며 “정유업계가 200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원료가 되는 파라자일렌 설비투자를 늘렸다가 최근 공급과잉에 처한 상황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이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상반기에 대규모 파라자일렌 설비를 완공했는데, 공급과잉으로 이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3~4년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설비투자시기를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2014년 3분기 고정자산회전율은 2009년 3분기보다 236.9%포인트 떨어졌고,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증감폭 역시 같은 기간 마이너스 90%포인트, 마이너스 26.5%포인트에 머물렀다. GS칼텍스만 유일하게 증감폭이 플러스(79.5%포인트)를 기록했는데, 경쟁사보다 조금 늦게 파라자일렌 설비투자(2012년 여수공장)를 단행한 게 이유로 분석된다. GS칼텍스는 일본 쇼와웰ㆍ타이요오일과 손잡고 2012년 여수공장에 연산 100만t 규모(약 1조원 규모)의 파라자일렌 설비투자에 나섰지만, 외국인투자촉진법으로 투자가 늦어졌다. 최근엔 업황을 지켜보며 투자를 미루고 있다. 파라자일렌 설비투자의 시기가 고정자산회전율의 성적표를 가른 셈이다.

흥미롭게도 주가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유주가 업황 개선으로 상한가를 찍었던 2011년 상반기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의 1, 에스오일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GS(GS칼텍스)는 같은 기간 반토막 나는 데 그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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