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ㆍ사고 그 후

▲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대책은 아직도 묘연하다.[사진=뉴시스]
최근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슈가 유독 많았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단통법 논란 등이다. 늘 그렇듯 정부와 국회는 ‘국민’을 입에 담으며 수습에 나섰다. 잘 수습했을까. 아니다. 이들은 미봉책만 쏟아내기 바빴다. 사건ㆍ사고 그 후…. 더스쿠프가 시계추를 돌려봤다.

“정부의 사고 초기대응이 엉망이었다.” “승객을 먼저 구조했어야 했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 안전시스템을 바로잡아 나가겠다.” 세월호 참사 후, 대통령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정치인이 한번씩은 했던 말들이다. 해가 바뀐 지금, 과연 그들은 이 말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 11월 7일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 석달이 넘도록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조차 제대로 발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예견된 일이었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아동 폭행 근절 대책을 내놓거나 연말정산 대란을 수습하는 과정도 비슷했다. 미봉책만 쏟아져 나왔고, 앞을 내다보는 ‘백년대계’는 없었다. 최근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뜨거운 이슈를 정부가 어떤 식으로 봉합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이름하여 ‘사건ㆍ사고, 그 후’다. 

세월호 조사 ‘세월아 네월아’

세월호 진상조사 언제쯤 =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는 아마도 오래 걸릴 듯하다. 꼼꼼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새누리당의 딴지로 특별조사위원회조차 제대로 발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월 16일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세월호 특위 사무처가 비대하다며 ‘세금도둑’이라 주장했다. 이틀 뒤에는 새누리당이 추천한 황전원 특위 위원이 기자회견을 자청, 설립준비단 예산요구액이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1월 20일에는 새누리당이 추천한 조대환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 해체를 건의하고,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공무원 철수를 요청했다. 결국 3일 뒤 특위 설립준비단 내 새누리당 측이 추천한 공무원들은 전원 철수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보다 돈이 먼저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2월 4일 조대환 부위원장은 기존 120명으로 구성된 사무처 인원을 60명으로 줄이고 241억이던 예산을 130억으로 삭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특위 설립 시기를 4월 재보선 이후나 내년 총선 뒤로 미루기 위해 일부러 꼬투리를 잡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조현아 ‘땅콩리턴’ 그리고 콘래드 힐튼 = 2월 2일 검찰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항공기 안전운항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5가지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사적인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사적으로 통제해 항공기 안전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는 검찰의 구형 설명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년형은 집행유예가 가능해서다. 검찰 측은 “초범이고, 충동적ㆍ우발적 범죄인 점을 감안하면 구형이 센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항로변경죄를 적용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구형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패리스 힐튼의 남동생 콘래드 힐튼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징역 20년형에 처하게 됐다는 외신이 보도되면서 구형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별 성과 없는 ‘열정페이’ 논란 = 일명 ‘열정페이(열정이 있으면 됐지 돈이 무슨 필요가 있냐는 식의 도제식 임금구조)’ 논란을 일으켰던 패션계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패션계 열정페이는 지난 1월 7일 패션노조ㆍ알바노조ㆍ청년유니온이 ‘2014년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로 이상봉 한국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을 선정하면서 이슈로 부각됐다. 청년유니온 등은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이유로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부당하게 노동 착취를 당했다”며 이상봉 회장에게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협의를 요청했다.

이상봉 회장 역시 요청을 받아들인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회적 협의를 위한 대화는 진행 중이다. 첫번째 대화는 22일 후인 1월 29일 처음 열렸다. 이날 패션노조 등 청년 측 대표와 디자이너연합회 관계자들은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비공개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의원실 주최의 대토론회 개최(3월 예정), 디자이너연합회 근로조건 매뉴얼 준비 등을 논의한 게 전부다. 고용노동부는 무급 인턴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 모녀 갑질, 검찰 수사중 = 지난해 12월 27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온 모녀가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을 무릎 꿇려 화제가 된 ‘백화점 모녀 갑질’ 사건은 결국 50대 여성 A씨가 불구속입건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월 5일 한 보수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다. 고발이 접수되자 경찰은 당시 무릎을 꿇었던 아르바이트 주차요원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조사에서 이들은 “무릎을 꿇리고 가슴 부위를 폭행당했다”며 모녀의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자 경찰은 이튿날 피의자 신분으로 A씨를 불러 조사했고, 이같은 혐의를 인정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현장에 함께 있던 딸은 무혐의 처리됐다.

단통법, 시행 넉달만에 흔들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은 제정된 지 고작 넉달 만에 폐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단통법이 실시됐지만 한달 만에 이통사들이 아이폰6의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아이폰6 대란’이 터졌다. 최근엔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협)이 조합원을 1인 판매원으로 등록해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단통법을 피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고하고 나섰다. 단통법이 이통사도 소비자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3월 임시국회에서는 국회에 발의된 단통법 개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1월 26일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내놓은 단말기 완전자급제(통신사와 무관하게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별도로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제도)와 단통법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어린이집 폭행, CCTV가 특효약?! = 지난 1월 초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과 관련한 정부 대책은 CCTV 설치 의무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월 16일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CCTV 의무화를 비롯해 소규모 어린이집에 대한 규제 강화, 보육교사와 원장의 책임ㆍ처벌 강화를 대책으로 내놨다. 모두 사후대책뿐이다.

때문에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CCTV 의무화나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거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CCTV를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하고, 그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정부의 관리감독 확대, 아동 수 대비 보육교사 증대, 보육교사에 대한 공적관리시스템 마련, 아동학대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을 강조했지만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두번 나온 얘기가 아니라서다.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예산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담뱃값 가격저항 시작, 결국 증세

담뱃값 인상 50일, 수요 줄까 = 올해 1월 1일 담뱃값이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대로 담배 수요가 줄어 건강한 국민이 더 많아졌는지는 의문이다. 편의점 업계 빅3 중 하나인 A업체의 올해 1월 담배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하지만 담배 매출 감소율은 0.1%에 불과했다. 수요는 줄었지만 담뱃값이 올라 담배 매출이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담배 비중은 같다는 거다. 증권가에서는 담배 수요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거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담배 수요는 올해 718억 개비, 2015년 761억 개비, 2017년 799억 개비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한걸음 더 나갔다. 담뱃값 인상으로 면세담배 수요가 급증한다며 면세담배의 가격도 올려 가격 차이를 줄이기로 한 거다. 면세 담배 가격을 올려 오른 가격의 절반은 담배 제조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은 공익기금으로 쓴다는 거다. 하지만 이 공익기금의 정체와 용처가 불분명해 문제가 되고 있다.

연말정산 보완책 3월 중 나올까 = 연말정산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대의 패착으로 꼽힌다. 하지만 후속대책 역시 엉망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책이 오락가락해서다. 1월 11일 연말정산이 시작되고, 국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일주일 만에 “고칠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수습발표 이틀 만에 자녀세액공제 상향조정, 2013년 세법개정에서 폐지된 출생ㆍ입양 공제 부활, 독신근로자 표준세액 공제 상향조정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이를 5월에 소급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소급적용 전례가 없고,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제는 “원칙적으로는 소급적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국회가 관련법을 만들어서 소급적용 하라면 하겠다”며 국회에 짐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현안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증세는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는 말도 했다.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하면서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한 것과 같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연말정산 종합대책단(1월 29일)’을 구성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3월까지 구체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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