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분석 | 조선

실적은 물론 주가도 형편 없다. 미래를 위한 포석은 제대로 깔지 못했다. 기업자본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조선업, 난국難局에 빠졌다.

신규수주는 부진하다. 적자폭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자국물량을 무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엔저円低를 등에 업은 일본의 약진도 거세다.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국내 조선업의 현주소다. 경쟁국은 성장페달을 연신 밟고 있는데, 우리 조선업계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업황도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3조22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플랜트ㆍ해양 등 모든 사업분야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2014년 신규수주액은 70억 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이 회사의 효자제품 ‘드릴십’ 매출 비중이 2013년 말 30%대에서 2014년 말 20%대 중반으로 줄어든 건 심상치 않다. 국내 조선 빅3 중 한곳인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수주목표치의 102.8%를 달성한 건 그나마 위안거리다. 당연히 주가도 신통치 않다. 2014년 1월 2일 25만3500원을 찍었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2월 6일 12만원으로 52.7% 곤두박질쳤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같은 기간 주가하락률은 51.1 %, 35.2%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비투자 등 미래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됐을리 없다. 국내 조선업종의 고정자산회전율은 2014년 3분기 329.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체 평균 519%보다 189.1%포인트 낮은 수치로, 이 회전율은 높을수록 좋다. 유례없는 불황이 본격 시작된 2009년 3분기(335.5%)보다도 5.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선박건조 효율성 등을 위한 설비에 투입된 기업자본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내 조선 빅3의 고정자산회전율은 평균 221.5%로 더 나빴다. 업종 평균치를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2009년 3분기보다도 36.6%포인트나 악화됐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연구원은 “고정자산회전율이 낮다는 건 설비를 비효율적으로 운용했거나 기업자본을 고정자산에 과대투자했다는 의미”라며 “자본의 투입으로 고정자산이 과하게 늘어나면 수익성과 유동성이 동반 저하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국내 조선업의 미래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렇게 내다봤다. “… 지난해 기준으로 수주액은 14% 줄어든 205억 달러, 수주량은 12% 감소한 95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칠 것이다….” 국내 조선업, 아직 칠흑 같은 ‘침체의 터널’에 갇혀 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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