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사랑한 책 100選 | 「경청」

악기나 장자에 이런 글이 있다. ‘음악 소리가 텅 빈 구멍에서 흘러나온다.’ 악기나 종은 그 속이 비어 있어 좋은 소리가 나온다. 공명 덕분이다. 바이올린에서 소리가 나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공명통인 이유다. 사람도 공명통을 갖고 있다. 마음을 비우면 참된 소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음을 텅 비울 때 상대방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야 대화 속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말을 듣기도 전에 지레짐작으로 판단하곤 한다.

▲ 조신영, 박현찬 지음|위즈덤하우스
 
여기서 상대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중요한 게 있다. ‘빈 마음’이다. 텅 빈 마음이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편견과 고집을 한쪽에 접어두란 거다.「경청」의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 진실이 울리려면 마치 악기의 공명통을 잘 다듬어야 하듯 마음을 비우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눈이 둘, 귀도 둘, 그런데 입이 하나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적게 말하라는 의미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해서 나온 말이다.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내가 먼저 이해 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를 받으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말하기를 절제하고, 먼저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마음으로 듣는 게 중요하다. 공자도 나이 육십이 돼서야 귀를 열고 순하게 듣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도달했다. 진실로 밝은 빛은 보이지 않고, 진실로 커다란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바른 마음가짐을 가질 때에만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다. 듣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실이 입을 연다. 내가 마음을 비우고 준비가 됐을 때 상대는 비로소 진실을 들려준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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