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증세안➍ 부가세 유지

▲ 부자세율이 기업에 전가되면 임금하락과 원자재 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진다.[사진=뉴시스]
세수확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일부에서 부가가치세를 올리자고 한다. 하지만 이는 조세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 주장일 뿐이다.

세수확보를 위해 법인세보다 부가가치세(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 간단하다. 법인세를 올리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반면 부가세는 기업의 투자나 개인의 저축에 과세하지 않고 개인의 소비에만 과세하므로 국민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부가세는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건데 과연 그럴까. 아니다.

이론과 달리 부가세가 실제로 부과되는 현실을 보면 투자를 하는 기업이 부가세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의 투자, 비과세를 적용받는 기업의 투자는 환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가세 일부를 부담하는 것과 같다. 부가세 인상이 오히려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거다.

부가세가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의 근거는 “부가세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부가세의 경제적 부담은 그렇게 단순히 결정되지 않는다. 사실 공급자(기업)와 소비자의 경제적 힘에 따라 달라진다. 일례로 소비자의 경제적 힘이 강하면 제품 단가는 내려간다. 그러면 부가세는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세를 실제 납부하는 건 사업자(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임금을 깎거나 원자재 단가를 낮추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원자재 공급자나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부가세 부담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가세와 법인세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기업이 납부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어떤 명목으로 세금을 걷든 다른 경제주체에게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면 기업은 법인세냐 부가세냐 하는 세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단지 액수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가세든 법인세든 소비자나 근로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면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만약 높아진 부가세율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물가상승과 임금하락, 내수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 역시 수요측면에서 보면 기업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부가세와 법인세의 본질적 차이는 효율성이 아니라 형평성에 있다. 부가세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부담을 지는 세금이다. 때문에 부가세율의 인상은 소득분배의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부가세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부담을 지지 않도록 보완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식품(가공 식품 포함)이나 도서, 아동의류 등 생활필수 재화나 서비스에 표준 부가세율보다 낮은 경감세율이나 영세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물론 재계에서는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국내총생산 대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는 걸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충분한 세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GDP 대비 국내 기업들의 소득 비중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유찬 홍익대(세무대학원) 교수 99yc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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