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용 에이컴메이트 대표

중국에 해외직판 쇼핑몰을 만들어 100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린 회사가 있다. 국내 굴지의 쇼핑몰조차 이 회사가 만든 사이트를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옷을 팔 정도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7년 전 ‘사업제안’을 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중국 해외직판시장을 이끌고 있는 강철용(36) 에이컴메이트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강철용 에이컴메이트 대표는 글로벌 쇼핑시장에서 국가간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여기 중국 쇼핑몰인지 한국 쇼핑몰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사이트가 있다. 이름은 더제이미닷컴. 누가 봐도 중국 사이트인데 ‘난닝구’ ‘로토코’ ‘체리코코’ ‘니뽄주야’ 등 잘나간다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90여개가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 한국 쇼핑몰들이 올린 매출(2014년 기준)은 300억원가량. 2008년 오픈된 이 사이트가 중국 해외직판 플랫폼의 대표 성공 모델로 꼽히는 이유다. 더제이미닷컴을 만든 이는 강철용(36) 에이컴메이트 대표.

그는 처음 중국에서 시계와 팔찌를 들여와 국내 오픈마켓에서 팔았다. 결과는 대실패. 팔찌 1000개 중 팔린 건 1개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뼈아픈 실패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인 여직원이 말하는 걸 우연히 들은 후였다. “중국인 여직원이 한명 있었어요. 그런데 그 직원이 국내 온라인쇼핑몰 사이트가 예쁘다며 이곳저곳 들여다보는 거예요. 아! 이거다 싶었죠. 곧바로 중국진출 준비를 했습니다.” 2008년 강 대표는 홍콩에 법인을 세우고 중국 해외직판 플랫폼 더제이미닷컴을 오픈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패션, 웹 관련 사업경험이 전무했죠. 어떤 쇼핑몰을 입점시켜야 할지조차 막막했을 정도에요.” 무엇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국내에서도 잘나가는 데 굳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무어냐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한국 온라인 쇼핑몰 사장님들을 만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무작정 찾아가거나 인맥을 통해 겨우 업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 1년반은 매출이 미비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쇼핑몰은 무조건 입점시킨다는 각오로 일했다. 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소비자가 주문한 날 (한국에서) 제품을 배송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중국 해외직구족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운도 따랐다. 2009년부터 한류가 불기 시작한 것이다. 덩달아 더제이미닷컴도 상승세를 탔다. 1년 만에 취급 쇼핑몰은 20개로 늘었고 매출은 같은 기간 350% 성장했다.

그러던 2010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이 강 대표에게 연락을 해왔다. 제안은 이랬다. “알리바바의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 전자상거래 쇼핑몰 티몰(Tmall)의 한국관 패션 부문을 독점 운영해달라.” 티몰은 당시 홍콩관ㆍ대만관ㆍ한국관 등 국제 카테고리를 제각각 두고 파트너사를 선정ㆍ운영했는데, 강 대표에게 ‘한국관’ 의류 부문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거였다. 강 대표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배울 기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관 운영경험은 2014년 2월 ‘티몰 글로벌 사이트’에 더제이미닷컴(패션몰)을 정식오픈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실제로 강 대표의 사업영역은 갈수록 넓어졌다. 2014년 티몰글로벌 내 화장품 전문몰과 건강식품몰을 오픈해 국내 브랜드 제품을 팔았다. 이랜드ㆍ코오롱스포츠 등 국내 대기업의 티몰 글로벌 사이트도 대행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기적같은 러브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그의 사이트 운영솜씨가 탁월해서다. 특히 배송이 그렇다. 강 대표는 2013년 자체물류솔루션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모든 상품에 바코드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배송추적이 가능한 솔루션이다. 국제특송(EMS)은 물론 각 국가의 로컬 운송업체와 데이터를 연동해 어떤 상품이든 배송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성공비결은 또 있는데, 현지화의 ‘선택과 집중’이다.

“현지화는 두가지로 구분해야 합니다. 상품을 현지화하면 역효과만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는 해당나라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서비스와 콘텐트의 현지화는 필수입니다. 중국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채팅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온라인상에서 상품 가격을 흥정하곤 합니다. 적절한 고객서비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중국시장에서 안착하기 어렵습니다.” 에이컴메이트의 300여명 직원 중 중국인 직원 비율이 90% 이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에이컴메이트는 이제 막 날개를 폈다. 국내에는 해외직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에게 중국에 진출을 문의하는 업체도 많다. 강 대표의 포부는 크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문을 두드릴 작정이다. “기존의 중화권에서 해외직판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도 중국 외 국가에서 연간 300만 달러(약 33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최근 한류 상품의 글로벌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도 호재입니다.” 무엇보다 전세계 구매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지난해 미국 지사를 설립한 에이컴메이트는 현재 독일 지사를 세우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의 협력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이런 그에게는 경계도 한계도 없다. “한국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또 글로벌 상품을 국내에 판매해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 중국 염성鹽城에 위치한 에이컴메이트 CS센터, 이곳에는 7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사진=에이컴메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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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외직판 성공 Tip
알리바바를 징검다리로 삼아라

“중국 오픈마켓 내에 자체 사이트를 오픈한 다음 독립몰을 오픈해 연동형 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봅니다.” 강철용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특성에 있다.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그룹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전체 시장의 75%를 차지할 정도죠. 처음에는 알리바바그룹의 오픈마켓인 티몰(B2C)이나 티몰 글로벌에 입점하는 게 유리합니다. 알리바바그룹의 오픈마켓은 운영 솔루션이나 디자인 스킨 등 자유로운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ERP(전사적자원관리)ㆍCRM(고객관계관리)ㆍ로그분석툴ㆍ디자인모듈 등도 알리바바의 상점 전용 마켓을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독립몰을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와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죠. 무엇보다 지금 중국에서 독립몰은 마케팅활동을 통한 소비자 유입도, 자금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매우 낮습니다.” 중국 시장상황, 소비자 패턴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알리바바그룹의 낮은 판매수수료(5%)도 장점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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