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드러난 경제5단체장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장의 진용이 새로 짜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3연임),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신임),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신임) 등이 지난 2월 잇따라 취임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연임)은 3월 25일 추대ㆍ취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신임)도 지난 2월 27일 5파전 선거에서 뽑혔다. 경제계가 박근혜 정부 3년차 출범과 함께 새 판을 짠 셈. 기대가 크지만 걱정도 많이 된다.

▲ 왼쪽부터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박병원 경총 회장.[사진=뉴시스]
이번에 모처럼 경제5단체가 한꺼번에 새 임기의 선장들을 맞았다[표 참조]. 글로벌 경제와 국내 경제가 함께 죽을 쑤고 있는 만큼 차제에 참신한 경제단체장들이 나와서 경제 살리기에 일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단체마다 최선을 다해 ‘선장 모시기’에 나섰겠지만 참신하다는 느낌은 별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3연임이니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과 박병원 경총 회장은 경험이 많고 능력도 검증된 인물들이지만 ‘올드 보이’의 귀환이란 얘길 듣는다. 요즘 주가가 많이 올라 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연임(예정)인 만큼 신선함은 좀 떨어진다. 치열한 5파전 끝에 당선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만은 새 인물인지라 큰 역할을 해 주려나. 경제계가 새로운 돌파나 변화보다 과거의 경험이나 관록에 안주하려 한 것 같은 인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 전경련 허창수의 포부 “성장동력 발굴” = 2월 10일 제35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법인세 인상에 반대”라는 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2년 임기 동안 미래성장동력 발굴ㆍ육성에 주력하겠다”면서 “구조적 장기불황 우려를 털어내고 힘차게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정부 정책에 협조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설 것”이란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전경련이 그런 역할을 잘 해 낼지는 미지수다. GS그룹 회장인 그의 3연임이 재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 분위기 때문이다. 쟁쟁한 한국 대기업그룹 오너들이 주도해온 전경련이 어떻게 이런 맥 없는 지경에 까지 왔느냐하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누가 뭐래도 전경련은 한국 경제계의 맏형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반反기업 정서, 균형성장ㆍ경제민주화 요구, 일부 대기업의 갑甲질 등에 제대로 대응 못하면서 존재가치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3연임한 그가 총대를 멘 것 같아 안쓰럽지만 위상 회복에 성과 있기를 기대해 본다.

▲ 2월 2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 당선된 박성택(왼쪽) 신임 회장이 김기문 전 중기중앙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대한상의 박용만의 포부 “경제활력 회복에 최선” = 두산그룹 회장인 그는 2월 24일 제22대 서울상의 회장에 재추대됐다. 이날 그는 “3년 동안 상공인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과 경제활력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기 때문에 3월 25일 대한상의 회장에 재추대된다. 대한상의는 요즘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경제계 구심점이 전경련에서 대한상의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 대기업, 중소기업, 무역업체 가리지 않고 회원이 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는 것 같다.

새 선장 기대와 우려 공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2월 13일 경제단체 첫 방문지로 대한상의를 택한 점이 그것을 시사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경제계 간담회(1월 26일), 대통령 초청 경제계 신년 인사회(1월 6일)도 대한상의가 맡아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등을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등 젊은 피 수혈에도 적극 나서 주목된다.

■ 중기중앙회 박성택의 포부 “中企 자생 환경 만들겠다” = 2월 27일 5파전 끝에 제25대 회장에 당선된 그는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자격으로 출마했다. 498명이 투표한 결선투표에서 294표(59%)를 얻어 최종 당선됐다. 2월 28일부터 4년간 ‘중통령’이란 애칭이 붙은 중기중앙회장직을 맡는다. 선거에서 그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보완한 단체인증우선구매제도 도입, 소상공인을 위한 업종별 공동구매ㆍ물류회사 설립, 동반성장위원회를 대체할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중소기업 경쟁력 우위업종지정 등도 약속했다. 내수침체와 저성장이란 악조건과 대기업의 공세 속에서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지키고 넓혀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연세대 정외과를 나왔다. LG그룹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90년 건자재ㆍ골재 유통사 산하물산 설립을 통해 중소기업 경영에 나섰다.

■ 무협 김인호의 포부 “글로벌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 = 2월 26일 제29대 회장에 취임한 그는 “무역업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글로벌 기업가 정신(Global Entrepreneur ship)으로 재무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어려운 국제경제 환경에서 또 한 번 뛸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경제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야인 18년 만에 할 일 많은 무역업계 수장자리로 복귀했다. 유명한 경제통으로 정부와 민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의 복귀에 대해 ‘올드 보이의 귀환’이라며 다소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없진 않다. 김영삼 정부시절의 외환위기 책임을 물어 구속 기소까지 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력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국민에게 빚을 갚는 차원에서 협회장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새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해낼지 관심거리다.

 
■ 경총 박병원의 포부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복지” = 1년여 공석이었던 제6대 경총 회장 자리에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이 2월 26일 올랐다. 비非기업인 출신의 첫 경총 회장이다. 그는 이날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경제성장의 최종 목표, 최고의 복지일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한 핵심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경총과 노총이 함께할 수 있는 공통분모”라며 “젊은이들이 취직이 안 되는 것은 빈부격차 확대, 내수부진, 인구감소 등 모든 경제사회적 악순환의 뿌리”라고 말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계까지 아우른 그가 결코 만만치 않은 경총 회장직을 맡은 것은 다소 이외로 비쳐졌다. 노사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 하지만 사용자들은 통상임금,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산적한 노사현안을 다루는데 그의 폭넓은 경험과 돌파력이 유용하다고 본 것 같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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