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대부 ②

▲ 01ㆍ02 영화 ‘대부’는 조직폭력배를 미화하지도 악마로 묘사하지도 않았다. 03ㆍ04 ‘대부’에서는 인간사회의 모든 주제들을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조직폭력배(조폭)’의 원조를 얘기할 때 미국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한 알 카포네를 빼놓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조폭영화의 원조도 미국이었다. 1930년대 미국 영화계에는 이미 수많은 조폭영화가 풍미했다. 하지만 이후 조폭영화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 난데없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라는 감독이 ‘대부’라는 조폭영화를 들고 나오면서 전무후무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영화 ‘대부’의 상업적 성공은 실로 대단했기에 그 성공의 비결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됐다.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은 영화가 지루하지 않다는 거였다. ‘대부I’의 러닝타임은 약 3시간이었는데 통상적으로 그런 긴 영화들은 자칫 지루해질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는 3시간도 모자라 영화 전편에 걸쳐 압축과 상징, 함축이 매우 심한 편이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스토리를 쫓아가기에 혼란스러울 정도로 호흡이 빨랐다. 이 영화는 폭력·권력·명예·의무·부패·정의 등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주제들을 거의 모두 망라하다시피 하고 있다. 러닝타임 3시간이 부족한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사회의 다양한 속성을 영화 한편에 설득력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당연히 광범위한 계층의 관객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미국 영화의 ‘윤리규정(Production Code) 완화’에 있다. 이전까지 수많은 조폭영화들에는 엄격한 윤리규정이 적용됐다. 반사회적·범죄적 인물들은 미화돼서도 안 되고, 그런 인물들은 반드시 죄의 대가를 지불하고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든지, 개과천선하는 것으로 그려야만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1950~1960년대의 반공영화와 비슷했다. 소위 ‘빨갱이’는 체포되든지, 아니면 과오를 뉘우치고 반공전선의 선봉장으로 새로 태어나 보람찬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1960년대 들어 폭발적인 민권운동과 표현의 자유, 가치의 다양성 등이 강조되면서 영화의 윤리규정도 철폐됐다. 이후에 만들어진 조폭 계열의 첫번째 영화가 바로 ‘대부I’이었다. ‘대부’가 나온 후 제작된 수많은 범죄영화에서 은행강도·금고털이·보석강도 등이 ‘한탕’에 성공하고 유유히 잠적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도 윤리규정 철폐와 함께 등장했다. 그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인간적이고 의리 있고 멋진 반면, 그들을 쫓는 경찰들은 대개 멋대가리 없는 머저리들로 그려졌다. 심한 경우엔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무리로 설정되기까지 했다.

선과 악의 양극을 따지면 영화는 단순한 계몽영화나 오락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반면 ‘대부’는 범죄영화 중 극단적인 시각의 치우침이 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그 현실적 시각이 이 영화에 호소력을 부여한 것이다. 범죄자를 멋들어진 영웅으로 미화하지도, 태생적인 결함이 있는 악마로 매도하지도 않았다.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증오하지도 않는다. 모순투성이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런 인간만큼 모순투성이인 ‘사회’의 모습을 때로는 고통스러운 시선으로, 때로는 연민에 찬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조망할 뿐이었다.
김상회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 학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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