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알뜰주유소

▲ 주유소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알뜰주유소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알뜰주유소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유가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엔 ‘구조조정’ 소문까지 파다하다. 문제는 알뜰주유소의 특성상 경쟁력이 악화돼 폐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폐업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알뜰주유소를 정유사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알뜰주유소가 있는 서울 지역 자치구 총 9곳의 기름값(2월 26일 기준)을 비교해본 결과, 폴주유소(정유소 브랜드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싼 알뜰주유소는 3곳에 불과했다. 5곳은 폴주유소보다 가격이 비쌌고, 나머지 1곳은 무폴주유소(브랜드가 없는 자영주유소)와 가격이 같았다.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이 약해진 첫째 이유는 폴주유소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정유사의 공급가보다 싼 기름을 받지 못해서다.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의 유통마진율을 높여놨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12년 정유사로부터 L당 평균 1825.06원에 기름을 사들여 알뜰주유소에 1830.32원에 공급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1748.88원에 구입해 1783.09원에 공급했다. 유통마진이 1년 새 6.5배(2012년 5.26원→2013년 34.21원)나 오른 셈이다. 덕분에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을 통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석유공사를 통해서만 기름을 공급받는 것도 아니고, 공급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토대로 정해지는 만큼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석유공사가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높은 가격에 공급했다는 건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유통마진이 줄어든 것도 알뜰주유소의 경쟁력 약화를 부추겼다. 알뜰주유소의 최근 평균 마진(2월 17일 기준 46.02원)은 지난해 연말(12월 16일 기준 201.39원)대비 22.5%에 불과했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비싼 값에 구입한 기름을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업자들 중에는 폐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자는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석유공사가 유통마진까지 높여 마진이 남지 않는다”며 “사업을 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한국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불만을 토로하는 회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주유소 업계가 구조조정 되는 과정에서 알뜰주유소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유소 사업은 그 특성상 폐업이 쉽지 않다는 거다. 폐업을 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약 990㎡(약 300평) 규모의 주유소를 폐업하면 토양정화비용이나 철거비용 등을 포함해 총 1억5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때문에 업자들은 폐업보다 휴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폐업한 주유소(226곳)보다 휴업 중인 곳(436곳)이 많다.

하지만 휴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 안팎에서 ‘정유사들이 폐업 위기에 있는 알뜰주유소를 매수해 직영주유소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다. 정유사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언급 자체를 피했다. ‘정유업계 전반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유소를 늘리기 위해 투자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주유소 숫자가 더 줄어야 이익을 낼 수 있다”며 “경쟁사보다 주유소 개수가 적기 때문에 늘리고 싶어도 직영점 확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정유사 폴 달까

실제로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08년 2309개까지 늘었던 정유사 직영주유소는 2013년 1307개, 지난해 1293개(6월말 기준)로 확 줄었다.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하지만 정유사가 기존 알뜰주유소를 인수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알뜰주유소를 ‘직영셀프주유소’로 전환한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정유사 직영셀프주유소 수는 2011년 12월말 637개, 2012년 1068개, 2013년 1493개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역시 상반기에만 135개가 더 늘었다. 숱한 손사래에도 알뜰주유소가 정유사의 직영주유소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알뜰주유소 업자 역시 싫지 않은 눈치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알뜰주유소 업자들에게 “정유사 측에서 주유소를 사겠다고 하면 팔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대부분 “주저 없이 팔겠다”고 답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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