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 붐’ 만들려면…

▲ 박근혜 대통령은 3월 1일부터 8일까지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ㆍ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순방했다. [사진=뉴시스]
한국경제에 제2의 ‘중동 붐’이 불고 있다. 1970년대 불었던 1차 바람과는 다르다. 과거 건설 부문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정보통신기술(ICT)ㆍ자동차ㆍ보건의료 등으로 다양하다. 정부 의지도 강력하다. 하지만 중동의 상황이 예년만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산유국 오일머니만 노려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중동 러쉬’가 가속화되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이라 부를 만하다. 현재 중동의 각국은 축적한 오일머니를 신도시 건설, 제조업 육성 등에 쏟아 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중동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2.1%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4.4%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도 눈에 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쿠웨이트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UAEㆍ카타르 등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쳤다. 역대 최다인 115개 기업ㆍ기관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중동과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섰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 50주년을 맞아 제2의 중동 붐을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게 이번 중동 순방의 핵심 테마”라고 설명했다.

과거 국내기업의 중동 진출 업종은 대부분 건설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ㆍ자동차ㆍ보건의료ㆍ소비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3월 4일 사우디의 대표 통신기업 사우디텔레콤과 손잡고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에 스마트시티ㆍ헬스케어ㆍ스마트러닝ㆍ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사우디텔레콤은 중동의 선도적 통신기업으로 중동을 넘어 동남아 지역까지 약 1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업협력 체결을 통해 SK텔레콤은 라이프웨어ㆍ빌딩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자사의 제품과 기술ㆍ마케팅 노하우를 중동에 소개하고, 사우디텔레콤은 기존 통신시장 영역을 뛰어넘는 신성장사업 분야에서 SK텔레콤과 공동 개발ㆍ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 중동 4개국 순방

포스코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손잡고 자동차 생산 공장(연 15만대 규모) 건설에 들어간다. 포스코는 4일 PIF와 자동차 공장, 신도시 건설, 철도 인프라 구축 등 전 산업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PIF는 포스코건설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고, 사회간접자본과 자동차 등의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사 설립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7월 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으로부터 5년간 1조원 규모의 위탁 운영권을 따냈다. 올 2월 공식 개원했다. 두바이에서 동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라스알카이마에 위치한 이 병원은 248병상 규모로 현재 한국인 의료진 17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향후 5년간 약 1조원의 운영 예산을 지원받아 진료와 수술 등 병원 운영 전반을 수행한다.

 
화장품 유통업체 토니모리는 3월 1일 사우디의 소비재 유통회사인 다라비얀과 계약을 맺고, 사우디를 비롯해 UAEㆍ쿠웨이트ㆍ바레인ㆍ오만ㆍ카타르 등 6개국에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토니모리는 올 상반기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1호점을 내고, 5년 내 중동에 150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2006년 요르단에 진출, 현재 사우디와 오만 등 4개국에 약 30개 매장을 운영 중인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역시 중동 시장 확대에 나선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중동 4개국에서 400만 달러(약 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올해 안으로 카타르ㆍ쿠웨이트ㆍ바레인 등 주변국까지 시장을 확대해 매출을 전년 대비 4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중동에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이번 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기업 중 중소ㆍ중견기업은 59개로 전체 경제사절단의 절반이 넘는다. 코트라에 따르면, 3월 4일 사우디에서 열린 ‘한-사우디아라비아 비즈니스 파트너십’에서 1억7650만 달러(약 1943억원)의 수출상담과 1750만 달러(약 192억원)의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장기적 관점으로 ‘중동 붐’ 이어가야

우암코퍼레이션은 사우디GAT와 400만 달러(약 44억원) 규모의 화상교육 장비공급 계약을 맺었다. 우암코퍼레이션은 이 계약으로 140개국 사우디 외교공관에 화상회의 장비와 솔루션을 공급하게 됐다. LED 전문기업인 루미네이처는 빈 자프라와 800만 달러(약 88억원) 규모의 LED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MOU를 체결했다. 빈 자프라는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최근 LED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사우디 정부는 전력소비량이 연간 6~7%씩 늘어나는 점을 감안, 에너지효율화 제고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연간 500만 달러(약 55억원) 규모의 송배전 기자재 공급을 체결한 우선이엔씨, 100만 달러(약 11억원) 규모의 발전분야 시공과 엔지니어링 서비스 수출 계약을 따낸 대원열판 등 플랜트 장비와 전력기자재 분야도 주목받았다.

산업 전환기에 있는 중동의 현 경제 상황과 한국의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그리는 제2의 중동 붐은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동 진출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한두번 사업을 따내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40여년 전 제1의 중동 붐을 일으켰던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현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산유국이 지닌 오일머니를 벌고 나오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한 4개국 특히 사우디와 함께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다른 중동국가에 진출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중동 붐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