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일 데이투라이프 대표
연초부터 거금 들여 다이어리 사놓고 들고 다니는 게 귀찮아 제대로 쓰지 않는 사람. 스마트폰 속 캘린더 애플리케이션(앱)으로는 부족해 메모앱을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앱이 있다. 메모ㆍ캘린더ㆍ할일을 한곳에 적고 한번에 펼쳐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일정을 원하는 날짜로 옮길 수도 있다. ‘할일’을 저장해두고 그때그때 원하는 날짜에 이동시키는 거다. 이 모든 과정은 손가락으로 드래그만 하면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페이스북과 연동해 친구들의 생일을 자동으로 저장해준다.
심지어 무료다. 이 앱의 이름은 ‘준(June)’. 다양한 기능 덕분인지 앱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준’은 애플 앱스토어 생산성 분야에서 최근 3개월 동안 10위권에 들었다. 네이버 캘린더ㆍ지메일ㆍ드랍박스ㆍ에버노트 같은 앱과 엎치락뒤치락 경쟁 중이다. 지금까지 앱 다운로드 수는 5만명, 일일 활성화 사용자수는 1만2000여명에 달한다. 앱을 설치하고 3개월 후에도 사용하는 비율은 무려 50%가 넘는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계속 사용한는 얘기다.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부신 성적표다.
이 앱을 만든 박원일 대표는 평상시 일정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카이스트에서 엠비디드 소프트(로봇공학)를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부터 PC 윈도에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썼다. 모바일 플래너를 만들자고 생각한 건 2009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였다. 그는 아이폰이라는 ‘손안의 PC’에 평소 꿈꿔왔던 다이어리를 구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2011년 LG전자 연구원이던 박 대표는 뜻이 맞는 동료를 모아 모바일 플래너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데이투라이트를 창업한 그는 같은해 12월 법인명과 같은 모바일 플래너 ‘데이투라이프’를 론칭했다. 당시 앱은 지금과 달랐다. 장기 인생 목표, 프로젝트 로드맵, 좌우명 등 세세하고 통합적인 일정관리가 가능한 통합 플래너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이 미지근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몇가지 기능만 원했다. 이 사실을 깨달은 건 미국에서였다.
이 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전시회에 참여해 테크(Tech)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엔 엔젤투자도 약속받았다. 당장 해외시장에 진출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상승세다. 하지만 박 대표는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철저한 검증이 먼저라고 그는 말했다. “음식점을 처음 오픈했을 때 줄을 서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번 온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드는 게 관건입니다.” 박 대표는 오늘도 ‘완전체’ 준을 꿈꾼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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