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휘젓는 中 스마트폰 화웨이·레노버·ZTE

▲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에 진격하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당신은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쓰는가. 화웨이 스마트폰을 경험해 본 적은 있는가. 대부분 없을 게다. 우리는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심취해 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을 ‘후진것’ 쯤으로 여지는 폄하로 이어진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 스마트폰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자금동원력은 차라리 삼성전자보다 낫다. 그들이 진격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엔 이런 말이 정설로 통한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트렌드를 알려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3번 홀(Hall)로 가라.” MWC는 전세계 IT기업에 ‘홀’을 내주고 자사 제품을 전시하도록 하는데, ‘3번 홀’은 이를테면 메인 무대다. MWC가 열릴 때마다 거대 제조사들이 포진해서다. ‘3번 홀’이 IT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2015 MWC 현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됐다. 3번 홀에 중국 제조업체 3곳(화웨이·ZTE·레노버)이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큰 규모의 전시관을 내세워 위용을 뽐냈다. 화웨이 맞은편에 비슷한 규모의 전시관을 꾸린 ZTE는 플래그십부터 중저가모델까지 각양각색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생산업체로 발돋움한 레노버도 3번 홀에 문패를 걸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높아진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더 이상 ‘빈수레’가 아니다. ‘질質’을 앞세운 전략을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MWC 현장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대화면, 생체인증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소프트웨어 구동이 국내 스마트폰만큼 부드럽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중국산産’이라고 평가절하하기 어려운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더 무서운 건 WMC의 메인무대를 빛낸 화웨이·ZTE·레노버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3인방에 버금가는 후발주자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샤오미, 오포(Oppo), BB K(비보) 등 2세대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프리미엄급 사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시장을 넘어 세계시장까지 휘젓고 있다. 온라인에 특화된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것도 특징이다.

‘3번 홀’로 본 中 스마트폰의 위상

실적도 상승세다. 신흥세력은 지난해 3분기 ‘1세대 3인방’의 점유율을 추월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16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1세대 업체의 점유율은 화웨이 3.8%, ZTE 1.5%, 레노버 1.8%로 3개 기업을 합쳐 7.1%를 차지한 반면, 2세대 업체는 샤오미 4.3%, 오포 3.1%, 비보 2.1%로 총 9.5%로 약 2% 이상이 높았다.

흥미롭게도 중국의 1·2세대 스마트폰 업체들이 ‘안방 호랑이’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세계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세계 톱5 안에 레노버(6.59%), 화웨이(6.25%), 샤오미(4.42%) 3개 기업이 진입했다. 특히 성장세 측면에선 돋보인다. 1위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8.82% 떨어진 반면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는 각각 1.84%, 0.59%, 2.03% 증가했다.

IDC의 휴대전화 리서치 매니저 레이먼 리아마스는 “레노버나 샤오미와 같은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들은 국경을 넘어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다”라며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라고 강조했다. 1980년대 삼성전자는 ‘짝퉁 소니’로 불렸다. 그 시절 애플의 아이폰처럼 ‘소니 워크맨’ 열풍을 일으켰으니, ‘짝퉁 소니’라는 평가도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글로벌 1등 스마트폰 제조사로 떠오르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밀린 소니의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소니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시장에선 벌써 ‘대역전극’이 펼쳐지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1332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1499만대를 판 샤오미에 역전을 당했다. 중국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는 1분기 18.3%에서 2분기 12.2%로 주저앉았다. 반면 샤오미는 같은 기간 10.7%에서 13.8%로 뛰어올랐다. 

그렇다고 기술력 면에서 삼성전자가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가진 기술은 중국 업체도 갖고 있다. 새롭게 기술을 내놔도 금세 벤치마킹한다. 이번 MWC를 둘러본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중국 스마트포 가운데 눈에 띄는 제품은 없었지만 제품의 디자인과 완성도가 한국 업체의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대거 전시하는 한편,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기린’을 만들어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 이미지를 강조했다. 화웨이는 자금력 면에서도 국내 기업들을 월등히 앞선다. 화웨이의 작년 전체 매출액은 2390위안, 전 세계 3분의 1 이상이 화웨이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가 1년에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자금만 해도 6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막강한 경쟁자를 만났다. 그 옛날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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