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탈출하려면…

▲ 조선업계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해양수주가 증가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부진의 늪에 빠진 조선업계에 컨테이너선의 수주 회복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여기에 실적안정, 거시경제 개선 기대감이 가세하면 고개 숙인 주가가 반등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본격적인 업황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양수주가 회복될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아서다.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해운사의 컨테이너선 발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1월말 에버그린이 2만TEU급(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1척을 발주했다. 머스크도 1만8000TEU급 10척, MSC가 1만1000TEU급 4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800 TEU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량 21척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이 증가한 이유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컨테이너선의 연간 물동량은 지난해 980만TEU에서 올해 1100만TEU로 증가할 전망이다. 20년 이상 된 노후 컨테이너선도 매년 16만TEU씩 늘어나고 있다. 연간 120만~130만TEU 수준의 신규 컨테이너선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수주잔고상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2017년에 26만6000TEU까지 떨어져 수급 불균형을 피하기 어렵다.

컨테이너선사의 실적흐름도 긍정적이다. 수익성 지표인 Containership Earnings지표는 2013년 1월을 바닥을 찍은 뒤 2년 넘게 상승 중이고, 최근 가속도가 더욱 붙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익성의 변화는 발주량 증가의 출발점으로 작용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용절감을 위한 대형선 투자라는 대세적인 흐름도 컨테이너선 시장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2010년 58만5000TEU, 2011년 184만TEU, 2012년 43만TEU, 2013년 212만TEU, 2014년 95만TEU 등으로 매년 등락을 반복했다.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반등이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예상발주 규모는 133만TE U. 지난해 전체 컨테이너선 발주금액은 87억 달러, 8000TEU 이상은 66억 달러였다. 이를 발주량 증가율로 단순 계산하면, 올해 전체 발주금액은 122억 달러, 8000TEU 이상은 92억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 조선 빅3의 시장 점유율을 60%로 가정할 때 예상되는 수주액은 55억 달러다. 업체별로는 약 15억~20억 달러의 수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이런 회복세는 조선소에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어닝시즌을 거치면서 조선사의 실적 불확실성은 감소했다. 유럽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거시경제 개선 기대감도 있어 수주 모멘텀까지 재개되면 주가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컨테이너선은 수주금액 자체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어서다. 실제로 조선 빅3의 경우 수주잔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130억 달러의 수주가 필요한데,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 부분은 약 10%에 불과하다. 결국 전체 수주액의 30~60%를 차지하는 해양부문이 살아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 jaewon.lee@yuant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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