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길거리 흡연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처럼 길거리 담배에 관대한 나라는 거의 없다. ‘흡연천국’이라는 중국마저 공공장소 흡연을 규제하기 시작했으니, 말 다했다. 문제는 길거리 담배가 비흡연자에게 얼마나 큰 불쾌감을 주는지 흡연자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담배연기는 꼬리가 긴 만큼 냄새도 멀리 퍼진다.

오늘도 길을 가다 움찔 멈춘다. 필자 바로 앞에 갑자기 나타나 담배를 뻑뻑 피우는 아저씨 때문에. 간접흡연의 피해를 아무리 이야기 해도 담배 피우는 습관은 개선되지 않는다. 담뱃값을 올려도 흡연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담배 연기가 내 눈과 코를 몹시 힘들게 만들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더구나 흡연자들은 담배 연기가 얼마나 꼬리가 긴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다녀온 선진 도시 길거리에서 담배를 손가락에 끼고 활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 보행 중 흡연자를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길거리 흡연은 담배연기뿐만 아니라 침과 가래 등 이물질을 동반해 길거리에 흔적을 남긴다. 상당히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을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는 보고도 못 본 체 하는 건지 아니면 시민들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례1 일본 도쿄의 길거리 금연구역은 2001년 확대됐다. 보행 중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의 담뱃불에 지나가던 키 작은 어린 아이 눈에 들어가 실명하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금은 거의 모든 지역이 금연 구역이며 적발시엔 과태료 2000엔(약 2만원)이 부과된다. 그래서 돈을 내고 들어가 담배를 피우는 유료 흡연소가 등장했다. 입장료는 1회 이용시 50엔, 일주일 자유이용권은 500엔이다. 당연히 비흡연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설을 잘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ㆍ호주 등 금연 선진국들은 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따로 만들어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권을 보장해주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 중이다.

#사례2 홍콩을 쇼핑의 도시, 금융의 도시로만 알고 있던 당신. 이제부터 한가지를 더 알아야 한다. 홍콩은 2007년부터 술집과 식당을 비롯한 모든 실내에서의 흡연을 금하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 5000홍콩달러(약 73만원)를 부과하는 등 엄격한 흡연 규제책을 시행 중이다. 높은 담뱃세와 활발한 금연운동 등으로 15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11.1%에 불과하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아마 홍콩은 세계에서 첫 ‘금연 도시’가 될 확률이 크다. 같은 중국인이지만 본토인 중국과 달라도 지나치게 다른 홍콩은 배울 점이 참 많다.

#사례3 서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실내흡연이 광범위하게 허용돼 ‘흡연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스페인. 2011년 식당 금연을 실시, 위반업소에 최대 60만 유로 (약 7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금연정책에 힘입어 스페인은 전국적으로 실내흡연이 금지됐고, 그 결과 나쁜 오명을 벗고 있다. 며칠 전 미국에 사는 처 오라버니가 서울에 왔다. 시내 쇼핑 후 갑자기 뒷골목으로 나를 끌고 갔다. 담배 한 대만 피우겠단다. 10여년 전에 금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해 갑작스런 흡연 이유를 물으니 이런 답이 되돌아왔다. “미국에선 공공장소 흡연이 불가능해 이래저래 귀찮아 담배를 끊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 여기저기서 흡연하는 사람을 보니 갑자기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 참으로 허탈한 답변이었다.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물었다. 무엇이 가장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졌는지. 몇년 전 국내 대표 일간지가 서울 각지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10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길거리 흡연’을 ‘한국 여행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일’ 중 하나로 꼽았다. 언제까지 서울이 외국인에게 이상한 도시로 비쳐야 할까. 참고로 세계 최대 흡연국인 중국조차 ‘공공장소 흡연규제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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