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열풍의 그림자

수제맥주가 인기다. ‘하우스맥주’ ‘크래프트 비어’ ‘마이크로 비어’ 등 여러 이름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수입맥주 시대가 끝나고 수제맥주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수제맥주 제조업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들이 만든 맥주의 유통이 쉬운 것도 아니다. 수제맥주, 아직 갈 길이 멀다.

▲ 최근 수제맥주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수제맥주 시장이 뜨겁다. 신세계가 강남에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중견기업 진주햄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카브루(KA -BREW)를 인수해 수제맥주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홍대나 이태원에는 ‘수제맥주’ 전문점이 그야말로 인기다. 수제맥주의 인기를 반영하듯 수제맥주 전문점을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다. 수제맥주 인기의 첫째 이유는 주세법 시행령 개정(2014년 4월)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규모 맥주제조업체의 등록조건은 까다로웠다.

전발효(발효시설) 50kL, 저장조 100kL 이상을 갖춰야 소규모 맥주제조업체 등록이 가능했다. 하지만 주세법 개정 이후 시설기준이 전발효조 25kL, 저장조 50kL 이상으로 완화됐다. 또한 소규모 맥주 업체들이 생산한 맥주를 자체 매장에서만 팔 수 있었던 규제도 사라져 일반음식점에 한해 외부 유통이 가능하다. 수제맥주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거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일단 국내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수제맥주 제조업체가 많은 것도 아니다.

홍종학(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내 소규모 맥주업체는 49개에 불과하다. 일본의 소규모 맥주 업체는 240개(2013년 9월 기준)에 달한다. 최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회장은 “2007년과 비교해 협회 회원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수제맥주 시장이 활성화된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는 불공평한 주세법에서 기인한 비뚤어진 생태계다. 주류업체의 세금납부기준은 이원화돼 있다.

대기업은 공장 출고가 기준, 소규모 맥주업체는 생산원가에 세금을 일률적으로 부과한다. 맥주를 대량생산하는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다. 지난해 4월부터 소규모 맥주제조 업체의 주세 과세표준은 제조원가 1.1배의 80% 수준에서 제조원가 1.1배의 60% 수준으로 인하됐다. 하지만 소규모 업체들엔 여전히 불리한 조건이다. 최보윤 회장은 “유독 한국과 터키에만 맥주에 고율의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소규모 업체 간 세금이 많게는 L당 2500원까지 차이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맥주 생산량에 따라 구간별 세율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종학 의원은 지난해 11월 생산구간별로 세율을 적용하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외부유통시스템도 풀어야할 숙제다. 소규모 맥주제조업체들은 맥주를 만들어도 동네 슈퍼마켓 같은 소매점 납품이 불가능하다. 동네 슈퍼마켓이나 마트 등에 맥주를 납품하려면 종합주류도매상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종합주류도매상은 취급량이 적은 제품을 취급하는 걸 꺼린다.

수제맥주를 특정주류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주류로 분류된 탁주ㆍ청주ㆍ전통주 등은 종합주류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조자가 소매점에 직접 공급할 수 있다. 수제맥주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이렇듯 숙제가 많다. 거품을 걷어내고 잔을 채워야 할 때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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