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의 ‘노키아 러브콜’

▲ 노키아가 SK텔레콤과 협력해 5G 관련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무너진 ‘피처폰 제국’ 노키아가 살아나고 있다. 부활 무대는 스마트폰 시장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통신장비 시장이다. 2013년말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MS에 매각한 후 환골탈태에 성공한 노키아는 통신장비 시장의 신흥세력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이통3사도 노키아와 손을 잡고 5G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이번 MWC에서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5세대(5G) 이동통신이다. 전문가들은 5G가 현실화되면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모바일 입체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MWC에 참여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의 5G 기술을 선보인 이유다.

SK텔레콤은 최고 60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KT는 IoT 네트워크 기술 ‘LTE-M’을, LG유플러스는 주파수 간섭을 제어하는 ‘LTE-A’ 기술을 시연했다. 흥미로운 건 국내 이통3사의 기술 시연을 도운 기업이 노키아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통3사는 노키아와 5G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13년말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하면서 쓰러진 줄로만 알았던 노키아가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뭘까.

사실 현재의 노키아는 과거의 노키아와 다르다. 현재의 노키아는 2007년 그룹 내 네트워크 사업부에서 출발했다. 이 사업부는 그해 지멘스와 합작, 노키아 지멘스 네트워크로 분사했다. 2011년엔 모토로라 네트워크 사업부를 인수했다. 2013년 7월 지멘스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노키아 솔루션 네트워크로 사명을 바꿨다. 그해 9월 휴대전화 사업을 MS에 매각하면서 노키아 솔루션 네트워크가 남았고, 이게 지금의 노키아가 됐다.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을 접고 통신솔루션 전문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해왔다는 얘기다.

 
사업영역을 바꾼 노키아의 위상은 생각보다 공고하다.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의 1위는 절대강자 ‘에릭슨’이다. 2위는 노키아와 중국의 화웨이다. 이 중 노키아는 차별성이 뚜렷하다. 통신장비 시장의 패스트팔로워 화웨이는 선행기술보단 낮은 가격으로 승부한다. 5G를 선도할 만한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에릭슨은 1위라는 이름값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기술개발을 위한 협력이 쉽지 않다. 실적도 하향세다.

노키아는 다르다. 휴대전화 사업부를 매각했지만 관련 특허는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사업 매각 대금 54억 유로(당시 약 8조원) 중 상당액을 통신장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다. 글로벌 영향력도 막강하다. 노키아는 지난해 초 유럽집행위원회(EC)가 5G 기술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결성한 5GPP(5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의 의장을 배출했다. 노키아 리서치 얼라이언스 총괄인 베르너 모어(Werner Mohr)가 5GPP 의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5G의 최대 쟁점은 표준화”라며 “이슈 선점이 중요한데, 노키아와 손을 잡으면 그런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통3사는 5G 기술의 구현 능력이 있으면서 업계에서 목소리깨나 낼 수 있는 노키아를 잡은 셈이다. 다 죽은 줄 알았던 노키아, 알고 보니 부활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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