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ㆍ개혁 쌍두마차, 中企 시대 앞당길까
화합ㆍ개혁 쌍두마차, 中企 시대 앞당길까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133
  • 승인 2015.03.1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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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제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

▲ 박성택 회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사업환경이 나쁜데 갈등할 시간이 있느냐”며 화합을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당당할 수 있는 사회로 바꿔보겠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지난 2일 취임한 박성택(58)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당찬 포부다. 330만 중소기업을 이끄는 수장자리여서 ‘중통령(중소기업대통령)’이란 얘기를 듣긴 하지만 꿈이 야무지다. 치열한 5파전 선거 끝에 제25대 중기중앙회장에 오른 그가 임기 4년 동안 얼마나 그 꿈을 이뤄낼까.

중소기업의 역할과 관련해 흔히 ‘9988’이란 말을 한다. 사업체의 99%, 고용(종사자)의 88%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대기업 몫이다. 중소기업의 위상이나 역할을 강조할 때 잘 쓰이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대기업의 위세에 눌리는 약자라는 인식이 보다 일반적이기 때문. 그래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맞서 늘 무언가를 쟁취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해왔다.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의 역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중기중앙회는 53년 전인 1962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탄생했다. 1961년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이 민간 경제단체로 발족한 그 이듬해였다. 그동안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글로벌화하면서 중기중앙회에 대한 역할기대치도 많이 변했다.

이런 가운데 박성택 회장이 25번째 회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겠습니다.” 중기중앙회 홈페이지에 그의 사진과 함께 나붙은 구호다. 지난 2월 27일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는 대기업을 키워왔지만 이제 중소기업 중심으로 미래 경제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새삼스럽지 않은 이 말을 그는 지금 왜 강조하고 나섰을까.

디플레를 우려할 정도의 저성장, 폭발 직전의 청년실업, 우려할 만한 대기업의 갑甲질 관행, 날로 커지는 계층 간 격차, 심각한 저출산…. 이같은 문제 해소에 중소기업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 같은 글로벌 대기업을 통해 마냥 고용 및 부가가치 증대를 기대할 순 없지 않느냐는 판단이다.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제의 텃밭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고용과 부가가치 증대의 지름길도 중소기업이란 얘기다.

물론 이론이 없을 수 없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과연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낼까?” 수십년 이어져 온 논쟁거리다. 하지만 박 회장은 과감히 이 이슈를 들고 나왔다. 얼굴은 주름지고 거칠게 보이지만 ‘통 크게 일하는 스타일’로 알려진 그에게 일단 기대를 걸게 된다. 큰 방향과 흐름을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 내건 공약들은 그의 향후 생각을 뒷받침한다. ▲중소기업 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신설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에서 한발 나아간 중소기업경쟁력우위업종 법제화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단체인증 우선구매제도 도입 ▲정부ㆍ중앙회ㆍ조합 공동출자로 공동구매물류회사 설립 등이다. 모두가 정부나 대기업이 관련된 만만치 않은 공약들이라 박 회장의 역량 발휘가 주목된다.

중기중앙회장이란 자리는 월급이 없는 명예직이지만 각종 국가 행사에서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경제5단체장으로서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 카운터파트도 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다. 중소기업자이지만 330만 중소기업의 수장이란 프리미엄에 힘입어 퇴임 후 반 이상이 정계에 진출했다.

그렇다면 박 회장은 중기중앙회를 어떤 생각으로 운영할까. 출마 당시 그는 “중앙회를 위한 중앙회가 아닌 진짜 중소기업을 위한 중앙회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마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뒤늦게 선거전에 합류했다. 집행부에 몸담았던 경쟁후보들보다 불리한 비주류 출마자였다.

저성장, 실업… 中企 역할 커져

하지만 선거 막판에 판세를 뒤집었다고 한다. 중앙회 개혁을 바라는 표심을 등에 업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회는 성장했지만 조합이나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워졌다. 협동조합과 중소기업을 위한 중앙회가 되도록 중앙회의 각종 권한을 넘기겠다”는 얘기를 그래서 한 것 같다. 취임 직후에도 “변화와 개혁을 통해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직개편ㆍ제도혁신ㆍ공약추진 등 3개팀을 통해 3월 중 개혁안을 내놓을 방침.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중소기업의 현장 지원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문제는 업계 내 화합이다. 이번에 선거를 치렀던 후보자 5인 중 그가 가장 강하게 ‘중앙회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낙선 후보자 4인 진영을 끌어안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됐다. 중소기업계는 안 그래도 업종이 다양하고 숫자가 많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다투기 일쑤다. 개미군단처럼 뭉쳐야 제 힘을 발휘하는데 그게 안 될 경우 일의 동력이 많이 떨어진다. 김기문 전 회장조차 “새 회장의 첫번째 과제는 화합”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박 회장도 취임 일성으로 “사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데 우리가 갈등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 화합으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 개선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직후 부회장 인선 등을 통해 자기 사람만 너무 챙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와 우려도 된다. 화합 문제는 이번 선거 낙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법정단체로 새 출발한 중견기업연합회(회장 강호갑)나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최승재) 등과 어떻게 잘 협력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이들 두 단체와 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에서 입장차를 보이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 중기중앙회는 전국의 939개 중소기업협동조합 및 연합회를 기반으로 한다. 조합원들의 아픈 목소리를 다 들어주기엔 역부족이다.

 
그 결과, 이들 두 단체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칫 밥그릇 싸움에 빠지기 쉽게 됐지만 이전 회장과 달리 박 회장은 이들과도 화합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박 회장 취임에 즈음해 임기가 만료된 중기중앙회 산하 조합 이사장 및 회장 172명 중 59명이 교체됐다. 업종별 새 지도자들과 함께 중앙회의 방향을 잘 조율하는 것도 과제로 등장했다.

벌써 ‘자기 사람’ 심기 구설  

경기도 안성 출신인 박 회장은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25년간 중소기업을 경영했다. 하지만 그의 몸속에는 대기업 경험도 녹아있다. 1984년 LG금속(현 LS니꼬동제련)에 입사해 6년여 기간을 보내며 과장까지 경험했다. 1990년 건자재 및 골재 유통사인 산하물산을 창업해 비로소 중소기업인이 됐다. 계열사까지 둔 산하를 연 매출 500억원 상당의 알짜 중소기업으로 키워냈다. 2012년 아스콘공업조합연합회 회장을 맡아 당시 내분 위기를 잘 수습해 좋은 평판을 쌓았다. 개미군단 중소기업계 수장 자리를 맡은 그가 과연 한국 경제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는 일에 큰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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