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종금 부실대출 공판 현장 가보니…

▲ 3월 4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금호종금 부실대출 공판에서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이름이 언급됐다. [사진=뉴시스]
더스쿠프는 지난해 8월 금호종금(현 우리종금) 부실대출 사건에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단독보도했다[※ 참고: 더스쿠프 통권 104호(2014년 8월 13일) 검찰은 왜 금호 황태자를 불렀나]. 현재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다.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은 3명. 그중 박 부사장은 없다. 검찰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이 열릴 때면 그의 이름이 항상 언급된다. ‘몸통’은 사라지고 ‘꼬리’만 남은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3월 4일 공판에서도 그랬다. 더스쿠프는 이 ‘미스터리한 부실대출 사건’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재판에서 나온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404호 법정. 금호종금(현 우리종금) 부실대출 사건 공판(형사7부 김시철 부장판사)이 열렸다. 금호종금 전 대표 A씨와 전직 임직원 BㆍC씨 등 피고인 3명이 출석했다. 이들은 2008년 카지노호텔 시행사 P사에 230억원, 골프장 건설업체 H사에 270억원을 부실 대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ㆍ배임)를 받고 있다. 당시 금호종금 여신심사위원장과 심사팀장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재판은 3시간 넘게 진행됐다. 특히 H사의 부실대출을 둘러싼 논박論駁이 눈길을 끌었다.

 
금호종금 H사 부실대출 사건의 골자는 대략 이렇다. 2008년 제주도에 골프장을 짓고 있는 H사는 경영난에 빠졌다. 운영자금도 없었다. 대출이 필요했고, H사는 금호종금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 성공했다[※ 2008년 4월~2009년 7월 세차례에 걸쳐 총 270억원 대출]. 그 직전 제1금융권의 한 시중은행은 대출을 거절했다. 리스크가 컸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대출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였던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H사 회장의 아들 J씨(당시 H사 등기이사)를 금호종금에 소개했는데, 그런 이유에서 대출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거였다. 박 부사장과 J씨는 가까운 친구 사이다.

검찰은 대출 과정에 의혹을 품었다. 특히 대출이 이뤄진 직후 박 부사장이 J씨로부터 3억2000만원을 받았다는 점에 수사초점을 맞췄다. ‘리베이트’를 의심했던 거다. 하지만 이 수사는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 “금호종금에 H사와 J씨를 소개했을 뿐 대출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박 부사장의 항변이 통한 것이다. 박 부사장이 J씨로부터 받은 돈도 ‘리베이트’가 아닌 ‘변제용’으로 밝혀졌다. 박 부사장 측은 “금호종금 대출 직전 경영난에 빠진 H사를 위해 3억2000만원을 빌려줬고, (대출이 나온 후)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해명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 부사장의 해명에 따르면 H사는 운영자금이 모자랄 정도로, 게다가 3억2000만원을 급전急錢으로 빌려야 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박 부사장이 어떤 이유에서 H사를 금호종금에 소개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사건은 현재 법정으로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금호종금 전 대표와 임직원만 부실대출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을 뿐 박 부사장은 그 현장에 없다. 박 부사장 때문에 시작된 사건이 박 부사장이 사라진 채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 박세창 부사장은 2014년 초 금호종금 부실대출과 관련 검찰수사(무혐의)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이 이야기는 재판 과정에서도 이슈가 됐다. 재판에서 박 부사장의 이름이 언급되자 금호종금 전 임직원의 변호인 중 한명이 흥분하며 증인에게 질문했다.

변호인 : “검찰이 금호종금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박세창 부사장의 (금융 거래) 알선 문제가 불거져 나왔는데, 이 건과 관련 금호종금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나?”

증인 A씨 : “박세창 부사장과 관련 (H사 대출) 민원이 들어왔다. 박 부사장이 대출에 관여해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변호인 : “박 부사장이 처벌을 받았는지 알고 있는가.”

증인 A씨 : “생각이 잘 안 난다. 모르겠다.”

변호인 : “정말 모르나?” (재판장이 중재하자, 숨을 가다듬고 다시 질문)

변호인 : “박 부사장이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증인 A씨 :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들었다.”

변호인은 왜 박 부사장에 대한 질문을 거침없이 했던 걸까. 그는 “H사 부실대출과 연관됐던 박 부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왜 그 책임이 대표이사와 담당 임직원에게 넘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호종금 부실대출 사건과 관련, 몸통은 빠지고 꼬리만 재판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변호사 역시 “박세창 부사장의 위치를 고려하면 그가 피고인 3명의 배임 행동에 영향을 끼쳤는지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이 끝날 무렵, 이 사건의 재판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금호종금의 H사 대출 과정에서 경영적 판단 이외에 다른 요소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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