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더 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보이스피싱이 등장한지도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이 쏟아졌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범죄의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서다.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대포통장과 대포폰이 거래되는 것만 막으면 보이스피싱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죄수법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점조직으로 운영돼 실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으로는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보이스피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이 소장에게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물었다.

✚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원인은 금융 생활의 편리함에 있다. IT기술이 발달하면서 굳이 은행을 찾지 않아도 금전 거래가 가능하다. 범죄자는 이 과정에 발생하는 틈을 노린다. 우리는 편리한 금융생활을 누림과 동시에 범죄의 위협받고 있다.”

✚ 금융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 말고는 보이스피싱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근본적인 근절 방안은 범죄자들의 범죄 도구인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없애는 것이다. 이들은 본인 명의로 된 통장과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꼬리가 잡힐 수 있어서다. 문제는 국내에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거다. 대포통장이 없으면 보이스피싱도 없다. 돈을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대포통장을 없애는 게 쉽겠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전국민이 통장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면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면 된다. 하지만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통장을 쉽게 개설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 아닌가.
“금융기관에도 책임이 있다. 은행이 통장을 만들어주기 전 대포통장의 위험을 교육한다면 보이스피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통장개설 목적만 확인해도 지금보단 나을 것이다.”

✚ 보이스피싱을 줄일 다른 방법은 없는가.
“국내 금융사는 현재 자금 이체나 결제 이후 문자를 발송한다. 하지만 승인여부를 묻는 문자를 발송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객이 설정한 한도 이상의 돈이 빠져나갈 때 거래 승인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지연인출제도와 IC카드 도입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허점은 여전하다. 외국은 대부분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한다. 복제카드가 해외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가맹점의 카드단말기를 IC카드 전용 단말기로 교체하는데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300만원 이상에 적용되는 지연인출제도도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299만원만 인출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 과거에 비해 보이스피싱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기본적인 수법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 유형은 두가지다. 감언이설을 하거나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범죄 수법이 중요한 게 아니다. 보이스피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면 범죄자는 그 대책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3~4번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다. 시작을 막아야 한다. 대포통장의 근절이 그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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