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은둔의 경영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일을 벗었다. 롯데그룹의 경영일선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고 있다. 국경國境도 가리지 않는다. 올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한 후 나타난 변화다. 한편에선 ‘총괄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게 아니냐고 내다본다. 신 회장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봤다.

 
# 지난 3월 16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그린타워. 박근혜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그룹이 주도하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박 대통령을 직접 수행하며 센터 곳곳을 안내했다.

# 그로부터 2주 전인 3월 4일. 신 회장은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 있었다. 이날 레 황 꾸언 호찌민 시장을 만난 그는 친환경 스마트 시티 건설 계획을 논의했다. 이틀 뒤인 6일엔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궁을 찾아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롯데그룹의 베트남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확대 방안을 의논했다.

# 베트남으로 떠나기 직전인 3월 3일. 신 회장은 그룹 여성 임원들과 마주 앉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여성인재 육성 정책의 목표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는 것”이라며 여성육성 정책에 전력을 기울여 여성 임원 비율을 35%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신동빈 회장이 국경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만나는 이도, 논의하는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신 회장이 지금껏 ‘은둔의 경영자’로 불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행보다. 신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진 시점은 지난 1월초.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회장이 일본롯데의 경영권을 사실상 상실한 직후다. 신 회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한편에선 ‘롯데그룹의 총괄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은둔의 경영자 베일을 벗고 동분서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신 회장이 올 들어 추진한 ‘KT렌탈 인수’ ‘제주면세점 운영권 확보’ ‘제2롯데월드 100층 이상 공사 시작’ 등 사업의 규모와 의미가 상당하다. 최근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의 등기이사에도 선임됐다. 신 회장의 롯데그룹 총괄경영권 승계설이 나도는 까닭이다.

그룹 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특히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의 등기이사에 선임된 부분에 대해선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나이가 93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통터치’ 시기가 생각보다 빠를 공산도 있다. 문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실제로 ‘총괄경영권’ 이양작업을 진행했을 때다. 풀어야 할 과제가 워낙 많아 신 회장이 골치를 앓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순탄할지 지켜봐야 한다. 롯데제과를 비롯,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의 안정성 문제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10월 부분개장한 제2롯데월드는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도권 균열(2014년 12월)’‘출입문 떨어져 이용객 부상(2명)’‘콘서트홀 비계 해체 중 추락해 노동자 사망(1명)’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신 회장이 제2롯데월드의 건설현장을 방문해 공사진척도를 확인하고, 건물의 안정성을 직접 알리고 있지만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되레 ‘그룹 총수가 오죽 다급하면 공사현장을 직접 찾는 것도 모자라 유명인사를 초청해 공사현장을 소개하겠는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 18일엔 ‘롯데쇼핑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터졌다. 검찰은 최근 롯데쇼핑 내부에서 수상한 자금동향을 감지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계좌추적영장을 발부받아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계좌내역을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잘 소명해왔고 추가적으로 해소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해명했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사정정국에 휘말린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이유야 어찌 됐든 신 회장의 행보는 더 바빠질 듯하다. 과제와 난제를 모두 풀기 위해선 바삐 움직이는 것밖에 답이 없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룹은 문제가 해결되거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무리 없이 가느냐다. 신 회장이 강한 리더십과 결단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그의 ‘동분서주’, 어떤 열매를 맺을까. ‘은둔의 경영자’ 신 회장이 무대에 올라섰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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