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동체 모양이 일직선이던 비행기는 차츰 ‘코카콜라 병’과 같은 형상으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코카콜라 병(flying Coke bottles)’이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비행기 모양과 코카콜라 병은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고속에 방해되는 항력(drag)을 줄이는 과정에서 코카콜라 병과 비슷한 모양새가 됐을 뿐이다.

세계인이 즐기는 코카콜라의 ‘병’이 올해로 100년이 됐다. 1886년 세계 최초로 콜라를 만든 코카콜라사社는 유사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차별화를 위해 ‘어둠 속에서 만지거나 깨진 상태에서도 특징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을 공모했고, 그렇게 부드러운 곡선의 코카콜라 병이 탄생했다. 1915년 11월 16일이었다. 여성의 몸매를 형상화했다는 속설과는 달리 코카콜라의 디자인은 브리태니커 사전의 ‘코코넛 그림(유리병 업체 루트글래스)’을 본뜬 것이었다.

▲ F-5 전투기 동체와 코카콜라 병을 합성한 사진. [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공군 전투기 ‘F-5’ ‘F-16’, 제주도를 가거나 해외여행을 할 때 한번은 탑승해 봤을 ‘B-747’ 같은 여객기를 ‘날아다니는 코카콜라 병(flying Coke bottles)’이라고 부를까. 이유는 간단하다. 1950년 이전에 개발된 여객기나 전투기는 초기 코카콜라 병처럼 전부 동체 단면적이 일정한 동그란 파이프 형태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비행기 속도를 음속(시속 340m/s) 이상으로 높이려고 노력했고, 이는 고속에 방해되는 항력(drag)을 줄여야만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얻게 됐다. 바로 ‘면적법칙(Area Rule)’ 이다.

이 법칙에 따라 비행기 형상을 설계해 보니 앞서 언급한 비행기처럼 동체 모양이 일직선이 아닌 요즘의 코카콜라 병과 같은 형상을 갖게 됐다. 이를 본 사람들이 비행기를 ‘날아다니는 코카콜라 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거다. 면적법칙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945년 2차 세계 대전 후 독일과 미국의 엔지니어들은 비행기가 시속 700㎞ 이상으로 날기 위해선 비행기 전반부~후반부 단면적 증가가 작을수록 항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통상 시속 800㎞ 이상으로 순항하는 현대의 여객기나 초음속 비행을 해야 하는 전투기의 형상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감싸진 코카콜라 병 모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4가지 힘이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항력(Drag)과 양력(Lift), 중력(Weight), 추력(Thrust)이다. 양력은 비행기가 나아가면서 공기가 비행기 날개 위, 아래 면에 흐르는 힘이다. 중력은 지구 중력의 효과로 인해 비행기의 질량에 작용하는 힘이다. 추력은 비행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미국의 리차드 위트콤(Richard Whit comb) 박사는 면적법칙의 선두 연구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미 공군 주도로 개발했지만 목표 성능에는 크게 미달했던 ‘F-102’ 초음속 전투기를 면적법칙을 이용, 재설계해 목표 최고 속도인 마하(Mach) 1.2를 달성시켰다. 러시아 공군 주력 폭격기 ‘Tu-95’도 면적법칙을 적용해 설계한 끝에 프로펠러 추진으로는 경이적인 시속 920㎞를 달성할 수 있었다.

곡선 모양 띠는 비행기 동체

애당초 일직선 동체로 설계된 미국 보잉사의 ‘B-747’도 면적법칙을 적용한 결과, 지금처럼 2층이 동체 전반부에 추가돼 내부 부피가 늘어났고, 항력이 줄어들었다. 면적법칙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달성한 셈이다. ‘F-5’의 동체형상도 대표적인 ‘코카콜라 병’ 모양이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상품인 탄산음료수와 전투기ㆍ여객기가 코카콜라 병과 연결돼 있다면 이것은 우연일까. 2차 대전 후 미국으로 이주해 ‘날아다니는 코카콜라 병’의 탄생에 크게 기여한 독일인 아돌프 부제만(Adolf Busemann) 박사나 리차드 위트콤 박사의 무덤 앞에서 “미국의 음료업계를 장악했던 코카콜라 병 모양에서 면적법칙의 영감을 얻었냐고”고 묻고 싶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 jsch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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