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복귀한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홍(69)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2012년 말 LS미래원 회장을 맡아 2선 후퇴한 지 2년여 만이다. 3월 27일 LS니꼬동제련 주총에서 회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 이 회사 경영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오너 2세 사촌 공동경영으로 유명한 LS그룹 맏형인 그는 10년간 그룹 회장까지 지낸 중량감 높은 경영자다. ‘돌아온 장고’, 그의 재등장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구자홍(왼쪽에서 두번째) 회장이 2년 여만에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2011년 LS 임직원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구 회장.[사진=뉴시스]
무슨 사정이 있길래 구자홍 회장이 일개 계열사 LS니꼬동제련 회장으로 컴백하는 것일까. 구 회장은 LS그룹 오너 2세 4촌 형제들 중 최고 맏형이 아닌가[표 참조]. 주지하다시피 LS그룹은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전선ㆍ금속부문이 분리 독립해 탄생했다. 고故 구인회 LG 창업자의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泰平斗’ 3형제가 분가해 이룬 그룹이다. 이 과정에서 2세 구자홍 회장은 초창기 10년간(2003~2012년) 그룹 회장을 맡아 그룹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재임 10년 만에 그는 그룹 매출을 독립 초년도(2003년) 7조5000억원 상당의 약 4배인 29조원(2012년) 상당으로 끌어올렸다. LS는 2014년 기준 재계 순위 15위, 계열사 51개로 발돋움했다.

이런 그가 무엇이 부족해서 계열사 회장을 다시 맡게 됐을까. 범 LG가家 분위기로 봐서도 한번 2선으로 물러난 오너 경영자가 복귀하는 건 좀 이례적이다. 그의 복귀가 그룹 오너들이 많은 논의 끝에 내린 결론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는 경기고ㆍ미국 프린스턴대 경제과를 졸업한 수재형이다. 1973년 9월 반도상사(현 LG상사) 사업부 수입과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40여년간 숱한 사업경험을 했다. 글로벌 기업 LG전자 CEO로만 10년 이상 장수하며 ‘디지털 CEO’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LS로 독립한 후에는 LS전선 및 LS산전 회장, LS그룹 회장 등을 지냈다.

재계는 그가 친동생 고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공석을 메우는 동시에 최근 침체에 빠진 LS니꼬동제련의 경영 개선을 위해 긴급 투입된 것으로 분석한다. 일종의 구원투수랄까. 실적부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본 오너들이 경영경험이 가장 풍부한 그를 일선에 재등장시켰다는 얘기다. 오너들 중 그를 대신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 합작선 니꼬 측과 이사수를 같이 해야 한다는 점 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지병(담도암)을 앓았던 고 구자명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같은해 11월 26일 6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전문경영인 강성원 사장이 경영을 대신했지만 거의 1년간 오너 회장이 공석인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경영실적이 더욱 곤두박질쳐 구 회장의 재등판을 재촉한 결과가 됐다. LS그룹 51개 계열사 중 LS전선ㆍLS산전ㆍLS니꼬동제련ㆍLS엠트론ㆍ가온전선ㆍE1ㆍ예스코 등이 주요계열사로 꼽힌다. 상징성은 LS전선ㆍLS산전이 높지만 매출로는 LS니꼬동제련이 가장 앞선다. 그룹 매출(2013년 약 27조원)과 순이익(4349억원)의 약 30%를 점할 정도다. 80년 역사를 가진 금속소재업체 LS니꼬동제련의 사업영역은 전기동ㆍ귀금속ㆍ첨단산업용 희소금속ㆍRecycling(도시광산)ㆍ해외 자원개발 등이다. 전기동 분야는 국내 유일, 세계 3위다. 소비재 업종이 아니라 일반에는 좀 생소하지만 한때(2011년) 매출이 9조원을 넘겼을 정도로 큰 회사다. 1999년 9월 Japan Korea Joint Smelting(JKJS)과 합작해 ‘LG-Nikko동제련’을 출범시켜 현재에 이른다. 주주 구성은 ㈜LS 50.1%, JKJS(일본) 49.9%다.

 
2선 물러났던 구자홍, 이례적 복귀 

그렇다면 구 회장을 재등판시킨 이 회사의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일까. 매출 실적부터 살펴 보자[표 참조]. 2011년 9조1846억원까지 올라갔던 매출은 2012년 8조9359억원, 2013년 7조3649억원, 2014년 7조1087억원(추정)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2747억원, 2012년 2402억원, 2013년 1575억원, 2014년 1113억원(추정)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인 구리가격의 약세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급과잉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2년 t당 평균 8000달러였던 구리 가격은 지난해 말 56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칠레구리공사, 프리포트 맥모란 등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린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LS니꼬동제련 측은 “구 회장은 LS니꼬동제련 회장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대외 네트워크 강화, 중장기 전략 검토 등의 상징적 활동을 할 것”이라며 “공동대표인 강성원 사장과 요시미 도시히코 부회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하게 된다”고 밝혔다. 구 회장과 강 사장, 투톱체제를 가동하되 굵직한 현안이나 중장기적 사안에는 구 회장이 간여하게 된다는 얘기다. 재계에는 한때 고 구자명 회장의 장남 구본혁(38) 전무의 회장직 승계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경영수업에 전념할 것으로 정리됐다. 최근 구 전무와 구윤희씨는 아버지 고 구자명 회장의 LS 주식 58만7980주를 상속했다. 각각 42만2564주, 16만5416주를 상속해 남매인 두 사람의 지분율은 0.32%로 같다. LS니꼬동제련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구 회장이 취임하면 실적 개선에 다소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LS그룹 간판기업의 경영부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른 현안들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특별세무조사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한 궁금증부터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 툭하면 터졌던 사업장 폭발사고나 화재 등의 재발 방지책과 회사 이미지 개선책도 필요하다.
재계에서 그는 ‘영국 신사’ ‘멜빵 신사’ 등으로 통한다. 유학생활과 많은 해외근무 경험, 타고난 성품 등이 더해져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고객과 함께 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함께 하여 더 큰 가치를 창조한다’는 ‘LS파트너십’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유명하다. 자신의 개인 공식 홈피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 의미가 ‘가족’에 있다고 말한다. 고객도 가족같이 여겨야 진실로 회사가 클 수 있다고 여긴다. 임직원들을 ‘종업원’이 아닌 ‘코워커’로 본다. 또 그는 바둑마니아다. 지난 2000년 한국기원으로부터 아마6단을 공인받은 재야 고수다. 그는 “바둑은 흑백의 조화로 무한한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기업경영과 비슷하다”는 바둑경영론자다.

폭발사고 방지책 등 현안 많아 

바둑영재 육성에도 관심이 크다. LG전자 시절이던 1997년 시작한 ‘LG전자 바둑꿈나무’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오늘날 한국바둑계를 이끄는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 원성진 등 쟁쟁한 젊은 기사들을 배출했다. 그는 25년 전쯤부터 멜빵을 즐겨 메고 있다.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임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외국에서 그는 ‘존 구(JOHN KOO)’로 통한다. 글로벌 인맥이 그의 사업 밑천이 될 정도로 넓다. 빌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재계는 구원투수로 경영일선에 재등판한 그의 남다른 경영솜씨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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