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중성지방은 보온기능이 있다. 때문에 배를 차갑게 만들면 지방이 붙을 수밖에 없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호에 언급했던 돼지 창자 속 회충에 대해 지인이 할 말이 있다면 전화를 해왔다. 순대 장사 망하면 어찌할 거냐고 말이다. 하지만 상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든 것과 본질이 다른 문제라며 필자가 되레 큰소리를 쳤다. 덧붙여 회충이 나온 창자로 순대를 만들었다면 최소한 그 순대는 유기농이니 맘껏 먹어도 된다고 응수했다.  징그럽고 지저분해 보여 회피할 뿐이지 회충도, 구더기도 모두 깨끗한 것이다. 썩은 음식이나 동물의 사체를 처리해 주는 구더기 덕분에 우리의 환경은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구더기가 더러운 것이 아니라 구더기가 하는 일이 인간의 시선에서 불결해 보일 뿐이다. 어린아이가 흙 속 지렁이를 가지고 장난을 한다고 치자. 지저분한가. 필자는 각종 화공 약품으로 인쇄된 과자 봉지의 표면을 만지거나 첨가물 범벅인 사탕을 빠는 어린이의 행위가 더 불결하다고 본다. 모든 바이러스나 세균을 적으로 간주해 죽여 없앤다면 인간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뱀에 물려 죽는 사람이 연간 몇명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1년에 5000명에 달한다. 지금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시대임을 잘 인식해야 한다. 필자 어머니의 순대 장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돼지 머리로 편육을 만드는 과정에서 돼지의 귀때기나 혓바닥이 나온다. 이 역시 순댓국을 파는 이에겐 소중한 자산이다. 잘 삶아서 막걸리를 마시는 자들의 안주로 내거나 단골손님 국밥에 슬쩍 넣어주기도 한다.

털이 숭숭 붙어있던 돼지머리가 잔칫상에 올라갈 편육으로 변신하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털을 깎고 넓적하게 쪼갠 후 삶아내어 베 보자기로 싸고 돌로 누른다. 하룻밤이 지나면 천 밖으로 허연 기름이 흘러나와 바닥에 붙는다. 어머니가 밟고 넘어지기도 했던 미끄러운 그것이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지방(fat)’이다. 자장면을 먹은 후 그릇에 허옇게 굳어 붙어 있는 기름과 동일 성분이다. 흥미롭게도 돌로 누른 돼지머리에서 흘러나온 기름, 자장면 그릇의 기름, 그리고 우리의 뱃살은 같은 물질이다.

열을 전달하는 통로라 할 수 있는 혈관이 거의 없으니 희고 치밀한 구조다. 녹는 점이 높고 수분이 없다 보니 한겨울에도 딱딱하게 어는 일이 드물다. 우리가 기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자 유油로 표기되는 식물성 기름으로, 대부분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지방이라 하면 한자 지脂로 표기되며 융점이 높으므로 상온에선 고체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지질을 총칭하는 유지油脂가 된다. 우리 몸에 있는 95% 이상의 지질은 중성지방이다. 이는 보온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므로 겨울에 배꼽을 드러내거나 복부를 차게 만들면 지방이 붙을 수밖에 없다. 뱃살을 줄이고 싶은 여성이라면 배꼽티를 삼가야 한다. 다음 호에선 순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방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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