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슴에 온기 넣는 에피소드들

▲ 송정림 지음 | 나무생각
괴테는 말했다. “나에게 혼자 파라다이스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잊어가는 것 같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아파트 임대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에게 임신 순번제를 적용하는 병원…. 저자는 이런 팍팍한 세상에 맞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 episode1 | 무서운 할아버지
어느 햇살 좋은날, 주부 나연은 문 밖 건조대에 빨래를 널어두고 외출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나연은 발만 동동 구르다 귀가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보니 건조대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다. 그때 앞집 할아버지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나연이 피해 다니던 언어장애가 있는 할아버지였다. 주춤거리다 할아버지 집에 들어간 나연은 두눈을 의심했다. 좁은 거실에 나연의 빨래 건조대 두개가 우둑커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연은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 episode2 | 폐지 줍는 할머니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폐지 줍는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길을 다니며 쓰레기를 주워 가방에 넣고 다닌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는 할머니에게 묻는다. “왜 무겁게 쓰레기를 가방에 넣고 다니세요?” 할머니가 답했다. “사람들이 내놓은 폐지 모아서 내가 살고 있잖아. 조금이라도 공을 갚아야지.”

이 책은 인정과 인심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에게 여러 사례를 제시하면서 ‘좋은 사람은 여전히 많다’는 믿음을 준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공강 시간에 배식 아르바이트를 하며 식권을 모으는 한양대 학생들, 난방비 아끼느라 겨울에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면서 꾸준히 사회에 돈을 기부하는 온해선 원장님, 치과에서 치료 받는 환자들이 두려울 것을 알고 손을 잡아주는 마음 따뜻한 간호사…. 이런 따뜻한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차갑게 굳어버린 우리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저자는 “마음에는 메아리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을 기쁘게 하면 그 기쁨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거다. 반대로 어떤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이것이 메아리가 돼 나에게 돌아온다는 얘기다. 삶은 우리 스스로가 일궈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가슴 사무치게 아팠던 날도,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기쁜 날에도 마찬가지다. 베푸는 것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박지원 더스쿠프 인턴기자 jw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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