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신성장동력 분석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다양한 전장부품도 양산 중이다. 무인차 연합에 가입했으며,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무슨 회사로 보이는가. 십중팔구 ‘자동차 회사’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반전’을 선물한다. 흥미롭게도 이 회사는 LG그룹이다. LG의 미래길이 ‘자동차’로 통하고 있다.

▲ 전기차배터리, 차량용 카메라와 각종 통신부품, 차량 내장재 공급은 물론 전기차 충전소 사업까지 LG그웁의 주력 사업이 바뀌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가 헤게모니를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LG는 그런 면에서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 같다. 주력 사업들은 자동차 산업을 위해 수직계열화한 것 같다.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도 모르겠다.” 최근 LG그룹의 행보를 지켜본 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가전ㆍ전자 중심의 ‘만년 2등’ LG가 자동차 부품 중심의 LG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거다.

근거가 있다. 지난 3월 11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그룹의 연구개발(R&D)비로 6조3000억원을 책정했다. LG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런데 투자처가 눈길을 끌었다. 차세대 자동차부품 관련 기술, 에너지솔루션 기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차세대 소재 원천기술,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 자동차 산업과 직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력 계열사의 주요 사업 역시 자동차 부품사업에 맞춰져 있다.

LG, 차체만 빼고 다 만들어


◆ LG전자와 무인차 연합 = LG전자는 2013년 7월 자동차부품 설계를 맡고 있던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합병하고, 자동차부품을 전담할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자동차부품연구소에 해당하는 ‘LG전자 인천캠퍼스’도 준공해 가동 중이다. 여기서는 차량용 핵심 부품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한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무인차 개발 연합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 연합에는 현대차ㆍ기아차,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를 비롯해 파나소닉,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전자ㆍIT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구글이 진행 중인 무인주행자동차 개발프로젝트의 글로벌 협력사인 LG전자는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동차부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벤츠와 폭스바겐은 무인자동차에 들어갈 핵심부품을 LG전자와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 LG이노텍과 전장부품 =
LG이노텍은 소재ㆍ부품 분야의 핵심 기술을 융ㆍ복합해 차량 전장부품(전기ㆍ전자장치 부품)을 생산한다. 모터와 센서, 카메라모듈, 무선통신모듈, LE D, 전기차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전력변환모듈 등 제품도 다양하다. 성과도 좋다. 2009년 500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5325억원으로 6년 새 10.6배가 됐다. LG이노텍은 기술개발을 통한 시장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희토류를 쓰지 않는 차량용 듀얼클러치 변속기용 모터를 개발한 건 대표적 사례다.

희토류는 일반적으로 차량용 모터의 자석 역할을 하는데, 가격이 매우 비싸다. LG이노텍은 기술개발로 가격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이 모터는 올해부터 본격 양산된다. 고급차종에 적용되는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용 전방인식 카메라모듈도 양산 중이다. 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차량용 카메라모듈 R&D 조직을 광학솔루션사업부에서 전장부품사업부 산하로 옮겼다. 전장부품사업부에선 자동차부품에 전문화된 R&Dㆍ생산ㆍ품질ㆍ마케팅이 이뤄진다. 차량용 카메라모듈 R&D 조직을 자동차부품 개발에 최적화된 조직으로 키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 LG화학과 전기차배터리 =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담당한다. 2014년 시장점유율은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다. 거래선은 볼보, 르노-닛산, 아우디, GM, 포드, 폭스바겐, 현대차ㆍ기아차다. 최근엔 삼성SDI가 단독으로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해왔던 BMW까지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BMW는 차세대 하이브리드카에 LG화학의 배터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공급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국의 완성차업체인 상하이기차와 쿠오로스도 LG화학의 거래처다.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차에도 배터리팩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만하면 기술력은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부문에서 이미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자동차 부품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 LG디스플레이와 CID =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중앙정보 디스플레이(CIDㆍCenter Information Display), 계기판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제아(폭스바겐그룹 이탈디자인 제작)’의 센터콘솔 디스플레이에는 플라스틱 OLED(P-OLED)가 적용됐다. LG전자의 스마트폰 ‘LG G플렉스’에 적용했던 패널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은 새로운 사업인데도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2016년 매출 10억 달러, 2018년엔 20억 달러를 올려 세계 1위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LG CNS와 충전인프라 = LG CNS는 전기차 충전솔루션 개발과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전기차ㆍ충전인프라 구축 시범사업(2010년), G20 행사 충전인프라 운영(2010년), 서울시ㆍ수도권 지자체 충전인프라 구축(2010년),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충전기ㆍ운영시스템 구축(2009~ 2013년)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공급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자회사를 통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카셰어링 사업 ‘에버온’을 진행 중이다.

◆ LG하우시스의 내장재 = 건축자재를 만들던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이후 자동차시트, 핸들 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다양한 내장재를 만들고 있다. 기술력은 정평 나 있다. 지난해 유럽섬유환경 인증협회는 LG하우시스가 개발한 차량시트용 원단을 ‘베이비클래스(1등급)’로 평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 북미에 자동차원단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LG하우시스는 현재 친환경ㆍ경량화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 LG유플러스의 발걸음 = LG유플러스는 자동차 산업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에 통신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는 게 생기면 자동차 산업에 합류할 것은 분명하다. 그 중심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글로벌 완성차업체 부스를 방문,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결합된 스마트카 기술동향을 직접 확인했다. 스마트카 관련 사업을 위해 최근 자동차 전문가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대 기다리는 LG

LG는 차량 강판만 빼면 차량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만들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 1월 LG전자가 CES에서 스마트워치로 시동을 거는 기술을 시연했는데, 자동차를 이처럼 컨트롤할 수 있으려면 관련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LG는 상당량의 자동차 제조기술을 습득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물론 LG는 대외적으로 “자동차를 직접 만들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다. 직접 차를 만들면 완성차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면 LG그룹의 부품공급처가 사라질 공산이 커서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제 ‘자동차’가 아니다. 미래기술이 집약된 R&D의 종합판이다. 차체만 빼고 다 만들고 있는 LG는 이미 ‘자동차 업체’일지 모른다. LG의 미래, 자동차에 달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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