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대부⑤

▲ 영화‘대부2’의 주인공 마이클에게서 정치신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정치신인 영입에 나서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에 실망한 국민들의 매서운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사실 정치세력의 신인 영입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통계적으로 매번 총선에서 등장하는 정치 신인은 전체 중 30~40%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사라진다. 생수 한병을 한강물에 붓는다고 한강이 일급수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존재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때로는 구악舊惡이 판치는 정치판에 물들어 그보다 심한 신악新惡이 되기도 한다.

정치 신인이 구악에 물들고 신악으로 진화하는 모습은 영화 ‘대부2’의 마이클 콜레오네(Michael Corleone)와 닮았다. 전작의 주인공 비토 콜레오네(Vito Corleone)보다 더 무자비한 조직의 보스로 변하는 과정이 말이다. 마이클 역시 처음엔 범죄조직의 비열함을 벌레 보듯 혐오했다. 이는 마피아 최고 권력자인 콜레오네 가문의 결혼식 피로연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콜레오네’란 이름에 걸맞게 정원엔 유명한 미국 마피아 인사들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매우 이질적인 느낌이 나는 남녀가 있다. 비토 콜레오네의 막내 아들 마이클과 그의 약혼녀 케이 애덤스(Kay Adams)다. 다들 큼지막한 잔으로 맥주를 들이켜는 가운데 이 둘만이 얌전하게 음료수를 마셔 그 모습이 더 대조적이다.

마이클은 미국 명문 다트머스(Dartmouth)대를 졸업하고 2차 대전에 참전해 무공을 세운 엘리트 출신이다. 그가 입고 있는 군복 정장에는 훈장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용모 역시 깔끔하고 단정하다. 그의 약혼녀 케이 역시 이질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케이는 전형적인 미국 주류사회 출신의 규수다. 기름 바른 검은 머리의 마피아들 사이에서 그녀가 가진 물결치는 금발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장면이 바뀌며 피로연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아오른다. 콜레오네 가문의 비호를 받는 인기절정의 가수인 자니 폰테인(Jonny Fontane)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케이는 당대 최고 가수의 등장에 놀란다. 그녀는 마이클이 마피아 두목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성공한 이탈리아계 사업가 집안의 도련님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객 중에서 큰 덩치의 콜레오네 가문의 행동대장 루카 브라시(Luca Brasi)를 발견하고 마이클에게 그와의 관계를 묻는다. 마이클은 작심한 듯 루카의 정체와 자니 폰테인과의 인연을 빌려 집안의 정체를 사실대로 말한다.

자니는 무명시절 한 악단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인기가 점점 올라가며 악단과의 계약을 파기하려고 했지만 악단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자니의 대부인 콜레오네가 1만 달러를 들고 악단장을 만나 전속계약 해제를 부탁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콜레오네는 다시 악단장을 찾는다. 이번엔 1만 달러가 아닌 1000달러와 루카를 대동했다. 루카가 악단장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콜레오네가 말한다. “이 계약서 위에 흐른 너의 뇌를 보든지, 너의 사인을 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라.”

마이클은 남의 일을 얘기하듯 건조하고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낸다. 케이는 반신반의하면서도 표정이 굳어진다. 마이클은 케이의 표정을 읽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우리 집안이 그렇다는 것이지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It's my family, not me).” 정치 신인이 기존 정치세력과의 비교를 거부하듯이 말이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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