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웃고 울리는 점포 경제학
2015년 상가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상권을 살리는 ‘키 테넌트(Key Tenantㆍ핵심 점포)’가 주목받고 있다. 키 테넌트는 상가ㆍ쇼핑센터ㆍ백화점에서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핵심 점포를 말한다. 영화관, 대형마트, 뽀로로 파크, 성형ㆍ뷰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양한 키 테넌트를 확보한 상가일수록 투자자 유치가 수월하다. 업계에선 “잘나가는 키 테넌트는 죽은 상가도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말 입찰을 진행한 세종시 ‘에비뉴힐’은 지하 1층 뽀로로 파크 주변 판매시설 19개 점포가 모두 최고가로 낙찰됐다. 한 점포에 무려 26명의 응찰자가 몰려 상가 입찰에서 보기 드문 26대1의 경쟁력을 기록하기도 했다. 뽀로로 파워에 힘입어 ‘상가 투자는 1층’이라는 업계 통설이 무너진 것이다.
영화관도 키 테넌트로 꼽힌다. 상층부나 지하층에 영화관이 들어서면 이른바 ‘샤워효과’나 ‘분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샤워효과나 분수효과는 위층이나 지층을 찾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건물을 내려가거나 올라가면서 쇼핑을 하고,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경우, 영화 티켓 예매와 상영시간 대기 등 상대적으로 고객 여유시간이 많아 분양 상가에서 선호하는 1순위 영입 대상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스트리트형 쇼핑몰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은 영화관 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각각 롯데시네마와 CGV가 입점했다. 이들 상가는 주변 상가보다 월 임대료가 30~50% 이상 높다. 최근 서울 마곡 지구에 분양 중인 복합상가 ‘퀸즈파크나인’도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로 이중 5~8층에 마곡지구 최초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입점한다.
키 테넌트 효과 ‘유령상가→랜드마크’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상권 활성화에 실패한 신촌 민자역사처럼 단순히 영화관이 들어선다고 해서 상가투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상가는 키 테넌트 유치 이외도 관리업체의 운영 노하우, 입지에 따른 활성화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또한 영화관과 함께 쇼핑ㆍ식당ㆍ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소비문화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라면 상가 분양 시 이런 입점 업체의 성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서울 합정역 일대에서 ‘서교 자이’로 출발한 합정 ‘메세나폴리스’는 한때 방문객 유입이 전무해 유령상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입점하자 한달 만에 상가 내에 위치한 매장 매출이 최고 20% 증가했다. 동시에 강북의 대표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홈플러스라는 키 테넌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도 상권을 살리는 핵심 점포다. 대형마트는 업종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먼저 분양상가 입장에선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나머지 점포 분양이 수월하다. 주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지하층에 입점해 공실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전문직 여성이 늘어나면서 키 테넌트를 ‘여성’이라는 테마로 잡은 상가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시 화정동에 위치한 한 상가는 성형외과ㆍ피부과ㆍ비만클리닉과 여성전용 스포츠마사지센터ㆍ찜질방ㆍ미용실이 입점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용부터 의료 서비스까지 여성이 필요로 하는 매장을 한곳에 모은 전략이 통한 것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경우, 미용ㆍ성형 클리닉센터를 빼고 말할 수 없는 상권으로 성장한 지 오래다.
핵심 점포 ‘모시기 경쟁’ 치열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등산객을 상대로 한 상권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상권은 연신내역ㆍ수유역ㆍ사당역ㆍ청계산입구역 등이다. 이 지역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주중 매출(직장인ㆍ아파트 거주민 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에서 주말에는 다른 수요를 불러 모을 수 있는 ‘주 7일 상권’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외국인을 테마로 한 키 테넌트도 눈에 띈다. 특히 국내 성형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성형ㆍ뷰티 시장 규모는 2009년 4조8000억원에서 2010년 5조3000억원, 2013년 6조9000억원, 지난해 7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류열풍으로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한파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관련 테마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2013년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36조원을 넘어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교육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잘 나가는 키 테넌트.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라면 꼭 따져봐야 할 조건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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