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김영란법'이 3월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지나가고 있는 공무원들.[사진=뉴시스]
세상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 규제하고 금지하는 게 많을수록 살기가 어려워진다. 법령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적과 범죄는 더 늘어난다. 노자의 말이다. 김영란법을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새로 제정·공포된 법률을 두고 말이 많다. 김영란법이다.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법안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의 이름을 따서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한다. 이 법엔 금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했던 공직자도 단죄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들어 있다.

내용을 보자. 누구라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만약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고 이를 실행했다면 처벌받는다. 나아가 다른 사람을 위해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 등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법률 적용대상에는 공직자는 물론 사립학교교원과 언론인도 포함돼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 여부를 불문하고 이들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한다. 100만원 미만의 소액을 받더라도 같은 사람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서 받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처벌된다.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금품을 받았을 때 자신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가 처벌받는다.

‘김영란법’은 공포조차 되기 전에 법적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그 이유로 “자기검열과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며 “금융ㆍ의료ㆍ법률 등 공공성이 강한 다른 민간영역은 빼고 언론만 규제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정청탁’ 개념을 규정한 제5조에 대해서도 “판단기준인 ‘반사회성’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배우자 신고의무조항 역시 “처벌조항으로 인해 배우자 신고가 강제되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법안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대법관은 법률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다”면서도 “과잉입법이라든지 비례원칙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언론이 포함된 부분에는 이렇게 말했다. “공공성 때문이다. 아울러 다른 분야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공공성 정도의 차이다. 그것을 가지고 평등권 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노자의 말을 곱씹어볼만 하다. “나라는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전쟁은 훌륭한 병법으로 치러야 하지만, 세상을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 왜 그런가. 간섭하며 금지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한답시고 이것저것 만들어내면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머리를 굴려 교묘한 지혜를 짜낼수록 별별 해괴한 일이 다 벌어진다. 법령이 많을수록 도적과 범죄는 더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수년간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마약범죄가 더 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더 좋은 세상은 의식을 진화시키려는 개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쪼록 ‘김영란법’이 보다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길 기대한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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