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으로 달라질 서울 유통지도

서울시내에 신규면세점이 둥지를 튼다. 15년 만의 신규출점이다. 당연히 유통공룡들이 줄줄이 뛰어들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도심, 현대백화점은 신촌,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SK네트웍스는 서북권 등을 입지로 저울질하고 있다. 신규면세점 사업자로 누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서울의 유통지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새 유통지도를 미리 그려봤다.

▲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이 생기면서 서울 도심의 유통지도가 바뀔 전망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시내면세점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백화점ㆍ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백화점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1.6%)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반면 시내면세점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2012년 약 2조원이던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4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체들이 시내면세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현재 시내면세점에 입찰할 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현대산업개발ㆍ현대백화점ㆍ신세계백화점ㆍSK네트웍스ㆍ한화갤러리아가 있다.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그룹은 내실경영을 이유로 불참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용산 현대아이파크몰을 입지로 선정했다. 현대백화점은 동대문 케레스타 부지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촌점을 놓고 고민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크게 강남과 강북을 놓고 사업성을 따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센트럴시티점을 입지로 예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신촌ㆍ홍대 부근을 검토하고 있다.
▲ 시내면세점은 유커遊客의 급증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대아이파크몰이 노리는 용산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유통거점이 될 수 있다. 신분당선이 용산역까지 연장 공사를 하고 있어서다. 특히 인근 주한미군 이전용지가 최고 218m 높이 빌딩을 포함한 업무ㆍ상업ㆍ주거 복합단지로 개발되며 관광 인프라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교통과 개발 호재뿐만 아니라 최근 이태원 상권이 내ㆍ외국인의 주목을 받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동대문 케레스타가 선정될 경우엔 침체를 겪고 있는 동대문 상권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시내면세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DDP 방문객은 지난해 680만명을 돌파했다. 동대문 상권의 한 관계자는 “두산타워 등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동대문 상권은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며 “그러나 DDP에 면세점까지 가세한다면 관광객 유입이 많아져 상권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온 유커 잡아라”

신세계백화점이 선정되면 도심권(중구ㆍ종로구ㆍ용산구)은 ‘격전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면세점ㆍ신라면세점ㆍ동화면세점 등 기존 시내면세점이 둥지를 틀고 있어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이 명동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심권은 고궁ㆍ박물관ㆍ미술관 등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관광객 유입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3년 외국인 관광객 쇼핑장소 비율은 명동이 41.4%로 가장 높았다.

한화갤러리아는 입지 선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한화갤러리아가 도심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서울시청 옆에 자리한 플라자호텔은 해외 투숙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고봉종 대신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ㆍ여의도 63빌딩ㆍ압구정 명품관ㆍ장교동 한화빌딩 등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후보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동남권(서초구ㆍ송파구ㆍ강남구)은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고급 백화점들이 밀집돼있다. 여기에 신규면세점이 추가된다면 기존 면세점(롯데 잠실점ㆍ코엑스점)과 함께 ‘VIP 유통라인’이 형성될 전망이다. 면세점은 명품과 같은 고가의 제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류문상 호서대(패션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면세점과 서비스를 내세우는 백화점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동남권 ‘VIP’라인 주목

현대백화점과 SK네트웍스가 입지 후보로 저울질하고 있는 서북권(은평구ㆍ마포구ㆍ서대문구)도 ‘시내면세점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공항철도ㆍ경의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진데다 유동인구가 늘어 상권이 확장되고 있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외국인 도시관광 민박업’으로 등록한 게스트하우스는 579곳(1월 기준)으로 이 중 28.9%에 달하는 167곳이 마포구에 몰려 있다. 관광객에게는 떠오르는 인기 상권인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서북권은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면세점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인근에 젊은 관광객을 끌어 모을 요소가 많아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만들어질 서울 시내면세점은 두곳뿐이지만 영향력은 클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재완 한남대(무역학) 교수는 “국내 면세점 사업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면세점이 추가되면 관광객이 늘어나게 되고 주변 상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내면제점 하나로 상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내면세점 사업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새로운 유통전쟁은 시작됐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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