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 안산 아일랜드CC에서 개최되는 삼천리 투게더 오픈은 여자프로골프의 위상을 새삼 보여주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골프투어를 얘기하다 보면, 언제나 여자가 먼저고, 남자는 뒷전이다. 마케팅도 KLPGA는 고심할 필요가 없다. 대회 유치를 위해 기업체 마케팅팀이 알아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창설된 ‘삼천리 투게더 오픈’이다.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현재와 미래는 ‘쾌청’할 것 같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가 최근 발표한 올 시즌 투어는 여자가 29개 대회 총상금 184억원, 남자는 13개 대회 99억원이다. 이제 국내 골프투어를 얘기할 때 여자가 먼저고, 남자는 뒷전이다. 필자 역시 KLPGA를 먼저 내세우고, KPGA는 ‘한편 남자는~’ 정도로 치부하는 게 자연스러워져 놀라곤 한다.

지난해 여자 대회는 27개였다. 남자는 13개 대회로 사상 처음 더블스코어로 벌어졌다. 올해는 더욱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골프 언론매체는 그동안 귀가 따갑도록 이렇게 조언해 왔다. “KPGA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마케팅에 올인하라.” 하지만 수년째 요지부동이다. 더 지적하는 게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반면 KLPGA는 갈수록 참신해진다. 박세리가 1998년 UDS오픈과 L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면서 KPGA 사무실 한구석에 ‘여자프로부’란 초라한 간판을 던져버리고 독립한 지 2년 만에 KPGA를 따라잡았다.

그러더니 조금씩 격차를 벌이고 오늘에 이르렀다. 15년 전 KLPGA 부흥 초창기엔 한명현ㆍ구옥희ㆍ강춘자 등 현역 고참 프로들이 1개 대회라도 더 유치하려고 발로 뛰었다. 요즘 KLPGA는 대회 신설을 바라는 메인스폰서들을 심사할 정도로 위상이 변했다. 남자는 총상금의 기본이 3억원이지만, 여자는 5억원도 떨떠름하다. 마케팅도 KLPGA가 고심할 필요가 없다. 대회 유치를 위해 기업체 마케팅팀이 알아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거저먹는 모양새다.

그 대표적인 예가 KLPGA 투어 가운데 새로 창설된 ‘삼천리 투게더 오픈’이다. 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으로 4월 17일~19일 안산 아일랜드CC에서 열린다. 삼천리 입장에서 보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삼천리’ 하면 1944년 설립된 기아산업의 전신인 ‘삼천리 자전거’를 연상한다. 이보다 10년 뒤인 1955년 창립한 ‘삼천리 연탄’을 기억하는 중년들은 다르다. 연탄사업을 발전시켜 1982년 경인도시가스를 인수, 이제는 7개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굴지의 에너지기업인 ‘삼천리 그룹’임을 안다.

삼천리 그룹도 ‘삼천리 자전거’와의 확실한 이미지 분리와 차별의식을 정착하고,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홍보마케팅 일환으로 선택한 게 이번 대회다. 그룹답게 기획부터 치밀한 단계를 거쳤다. 지난해 말 홍란ㆍ배선우ㆍ윤선정ㆍ안소현 등 현역들을 지목해 ‘삼천리 골프스포츠단’을 창설했다. 대회를 열기 위한 준비단계다. 이어 경기 남서부 13개시와 인천지역 5개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답게 수려한 골프코스인 안산 아일랜드CC 섭외를 마쳤다. 다음은 대회 기간이다. 선수들이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시즌 또한 본격 시작되는 4~5월이 대회를 열기엔 알맞다. 그러나 KLPGA가 ‘황금시즌’에 기존 대회를 제치고 내줄 수는 없었다. 여기에 그룹은 ‘골프 꿈나무 발굴과 육성방안 및 기금’을 제시했다. KLPGA 입장에서는 하고 싶었던 사업이었지만 자체적으로 버거울뿐더러 인력재정도 만만찮은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대환영이었다.

삼천리 투게더오픈은 프로암대회 때 초등학교 3~6학년 꿈나무들을 선발해 참가 프로선수들로부터 레슨을 받는 기회를 제공하고, 대회 전체 상금의 10%를 기금으로 내놓는다고 한다. 또한 최소 3년 이상 대회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삼천리 그룹 입장에선 그룹의 이미지를 확실히 부각시키는 멋진 이벤트가 될 전망이고, KLPGA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얻으니 서로가 대만족이다. 그냥 기업 오너가 골프에 관심이 있어 한두번 대회를 열어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삼천리 투게더 오픈처럼 기업이 알아서 참신한 마케팅을 해주는 시대다.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현재와 미래는 여전히 쾌청할 것 같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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