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제학 | 타이틀스폰서 광고효과 1000억 시대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이후 33년 만에 관중 700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프로야구의 타이틀스폰서로 활동한 기업의 광고효과는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 결과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야구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쇼비즈니스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쇼비즈니스로의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2015년 한국 프로야구는 10구단 체제를 맞이했다. 1982년 6개 구단으로 시작한 지 33년만이다. 야구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계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다. 또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의 국제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야구를 즐기는 관객은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3년 한국 프로야구시장은 3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은 수도권과 영남권 주요 구단의 실적개선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서울지역 3팀(LGㆍ두산ㆍ히어로즈)과 영남권 3팀(삼성ㆍ롯데ㆍNC)의 관중동원력에 전체 프로야구의 흥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급감한 롯데 관중의 영향으로 2012년 700만명 관중동원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것처럼 보이지만 각 팀별 관중은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언제나 700만명 관중동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팀별 관중동원 변화는 결국 순위에 달려 있다. 순위에 관계없이 꾸준한 관중동원이 가능하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프로야구는 관중동원에 순위가 절대적인 요인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던 LG의 관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점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실제로 2012년부터 롯데의 순위하락은 관중동원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좋은 성적이 많은 관중을 끌어 모은다는 점은 변함없다는 얘기다.

한국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대기업 주요 계열사가 비용을 부담해 의미 없는 사업을 사회사업 관점에서 진행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는 1982년 프로야구의 창설 자체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권의 주도로 이뤄졌고 각 기업의 수익구조가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구조의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프로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중계권료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8년 이후 중계권료를 각 구단에 배분하고 있다. 2013년까지 약 300억원 수준이었던 중계권료는 10구단 체제를 맞이한 올해 약 500억원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공중파 방송에서 케이블TVㆍ뉴미디어(인터넷포털) 등으로 중계사업을 운영하는 주체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계권료의 인상은 한국 프로야구가 콘텐트로의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경쟁 프로스포츠인 축구ㆍ농구ㆍ배구 등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아직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타이틀 스폰서(Title Sponsor)의 경제적 매력도 증가하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는 스포츠에서 각 종목별 대회 명칭이나 기념품에 브랜드명을 넣는 대신 경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으로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의 타이틀 스폰서는 삼성그룹이 독차지해 왔다. 실제로 2000년부터 삼성증권과 삼성전자가 9년 동안 스폰서로 선정돼 연간 30억~45억원의 운영 경비를 지불했다.

프로야구, 상업성 논란 ‘종지부’

구단을 보유하지 않은 업체가 타이틀 스폰서로 선정된 것은 2009년 이후의 일이다. 주목할 점은 이때부터 타이틀 스폰서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롯데카드, 2012~2014년 한국야쿠르트가 타이틀 스폰서로 선정된 이후 스폰서 금액은 약 65억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광고효과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는 65억원의 스폰서 비용을 지출하고 얻은 광고효과는 약 1160억원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 스폰서 역시 단순한 비용지원의 의미에서 벗어나 경제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메인 타이틀스폰서는 타이어뱅크로 선정됐다. 중소 유통업체가 KBO리그의 메인 타이틀 스폰서가 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독차지였던 타이틀 스폰서 시장에 타이어뱅크가 연 67억원 수준의 비용을 쏟아 붓는 이유도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가 갖는 매력이 충분해서다. 특히 야구 시즌의 주요 방송시간대에 자사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단순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타이틀 스폰서 기업으로 활동하는 것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사례가 확인된 만큼 타이틀 스폰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공산이 크다.

야구장의 현대화ㆍ대형화 추세도 수익성 개선요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야구 인프라가 낙후돼 있다는 점이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을 통해 축구 인프라는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야구장의 상황은 그대로다. 실제로 대구구장의 경우 1948년 완공된 이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구단이 신구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구장의 현대화ㆍ대형화는 관중증가는 물론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한 객단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해지는 타이틀스폰서 유치 경쟁

또한 한화는 대전시와 공동으로 대전구장의 공식명칭에 ‘네이밍라이트(Naming Rightㆍ명명권)’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해외구단은 이미 구장명에 스폰서를 도입해 연간 500만 달러(약 55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구장은 소유권이 지자체에 있어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 한국에서도 네이밍라이트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전망이다.

프로야구의 수익증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구단은 히어로즈다. 히어로즈의 2013년 사업수익은 약 123억원 규모로 다른 구단 대비 57.8%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관계사의 지원 없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23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2014년에는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사업수익이 약 160억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160억원 이상의 광고수익은 히어로즈의 시장가치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히어로즈 야구단의 실적개선은 한국프로야구의 상업적 성공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쇼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룩한 성과라서다. 이에 따라 히어로즈의 흑자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프로야구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재고된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2018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junghy@eugenfn.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