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 최재호 대표는 오늘도 드라마 같은 삶을 위해 달린다.[사진=지정훈 기자]

생활전선에 뛰어들면 명함을 주고 받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번이다. 문제는 그 다음. 명함을 관리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최근 명함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리멤버’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입력된 명함수만 벌써 1300만장. 국내 경제활동인구가 18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 앱을 만든 최재호(34)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라면 연령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명함관리앱 ‘리멤버’다. 이 앱, 만족도가 상당하다. 60~70대 사용자들도 “훌륭하다”며 후기를 남긴다. 리멤버의 장점은 수백, 수천장의 명함을 모바일에 저장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열고 명함을 촬영하면 늦어도 1시간 안에 이런 메시지가 뜬다. ‘한땀한땀 정성껏 입력한 명함이 등록 완료됐습니다.’

리멤버에서 활동하는 1000여명의 타이피스트(typistㆍ명함을 입력하는 사람)들이 연락처ㆍ직책ㆍ회사주소 등 명함정보를 실시간으로 입력한다. 이렇게 입력된 명함은 휴대전화에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DB’가 된다. 명함을 클릭해 메일이나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이 앱을 만든 회사는 드라마앤컴퍼니. 사명社命만 들으면 엔터테인먼트 회사 같지만 그렇지 않다. ‘DReam And MAke it ha ppen’의 약자다. 이 회사 최재호 대표가 ‘항상 꿈을 꾸고 그 꿈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들었다.

 
사명 덕일까. 이 회사는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6월 법인을 설립한 지 2년도 안 돼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2014년을 빛낸 스타트업 TOP100’에 선정됐다. ‘리멤버 효과’였다. 올 3월 말 기준 리멤버의 다운로드수는 70만건에 달한다. 지난 2월 말 리멤버에 입력된 명함수는 1000만장을 넘겼다. 국내 경제활동인구가 1800만명가량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어마어마한 수치다[※참고: 1000만장 중에는 중복되는 명함도 있다. 3월 말 입력된 명함 수는 1300만장으로 늘었다.]

최 대표에게 ‘명함 1000만장의 의미’는 뭘까. “수기서비스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리멤버가 명함을 관리하는 최초의 앱은 아니다. 기존 명함앱의 단점인 ‘오류’를 수정ㆍ보완해 론칭한 게 리멤버다. 최 대표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수기입력’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리멤버 이전에 나온 명함관리앱은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통해 정보를 입력합니다. 하지만 OCR은 책 속 텍스트(문자)를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책과 다르게 다양한 폰트와 레이아웃으로 이뤄진 명함을 읽는 데 OCR이 적절하지 않았던 이유죠. 실제로 OCR 기술로 만든 명함앱의 정확도는 평균 50% 정도입니다.”

최 대표가 ‘수기입력’이라는 다소 ‘오래된 방법’을 적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계가 못한다면 사람은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문제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인했다. 명함정보를 입력하는 타이피스트가 개인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앤컴퍼니는 확실한 방지책을 만들었다. 타이피스트들은 한번 처리한 명함정보를 다시 확인할 수 없다. 반면 누가 입력했는지는 끝까지 트래킹(추적)할 수 있다.
 
“향후 타이피스트들이 명함의 세부정보를 각각 나눠 입력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하나의 명함이라도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을 다른 타이피스트들이 입력하는 방식이이죠. 이 방식을 도입하면 정보유출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더불어 최 대표는 해킹 가능성까지 해소했다. “명함 DB는 이중 암호로 저장해 저뿐만 아니라 개발자도 임의로 볼 수 없습니다. 세계 100대 은행이 받는 공인인증업체 베리사인(VeriSign)의 보안 인증도 받았습니다.

명함 데이터는 이제까지 해킹 사례가 밝혀진 적 없는 아마존웹서비스(AWSㆍ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앤컴퍼니도 약점을 갖고 있다. 확실치 않은 수익모델이다. 현재로선 ‘입력 대행 서비스’가 유일한 수익원이다. 택배로 명함을 보내면 100장당 1만원을 받고 명함 촬영부터 명함입력까지 모두 해주는 서비스다. 최 대표는 “B2B(기업대기업 간 거래) 명함관리 부가서비스, 비즈니스맨 맞춤형 추천광고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링크드인과 같은 수익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최재호 대표(오른쪽 맨 뒤)는 지금의 삶이 행복의 연속이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링크드인은 세계 최대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전 세계 3억명 이상이 가입해 있다. 링크드인에선 비즈니스 네트워킹이 활발한데 ‘구인ㆍ구직’이 대표적이다. 요컨대 구직자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기업담당자에게 자신의 이력서를 노출하고, 채용담당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인재를 소개받을 수 있다. 링크드인에선 바이어 발굴, 비즈니스 파트너 물색작업도 이뤄진다.

한국형 링크드인이 목표

“명함 정보를 활용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속 기업ㆍ부서ㆍ직책 등에 따라 맞춤형 채용공고의 제공이 가능하죠. 콘퍼런스 정보, B2B솔루션 정보 역시 맞춤형으로 줄 수 있습니다.” 그리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1300만장의 명함 DB를 구축한 리멤버가 아니던가. 이 수익모델이 드라마앤컴퍼니를 ‘한국의 링크드인’으로 성장시킬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는 오늘도 최고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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