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개사 2012~2014년 신차효과 분석

▲ 고급 대형차와 SUV는 신차효과가 발생했지만 중소형차는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신차의 힘이 빠졌다. 더스쿠프가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최근 3년간(2012~2014년) 신차효과를 분석한 결과, 45개의 신차 중 7개 모델(15%)에서만 신차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준준형의 대표 ‘아반떼’, 중형차의 대표 ‘쏘나타’의 신차효과는 거의 없었다.

# 국내 완성차업체 A사. 이 회사는 지난해 초 기존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신차를 시장에 내놨다. 출시 전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 신차효과를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출시한 지 석달 만에 신차효과가 사라졌다. 시장에서 나름 잘나가는 모델이었는데, 신차효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셈이다. 이 때문인지 ‘짧아진 신차효과’를 십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곳도 있다. B자동차 기업은 신차를 선보일 때 판매가를 다소 높게 잡는다. 그래도 신차다 보니 한두달은 판매 효과를 볼 수 있다. 짧아진 기간에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가격’에 손을 댄 것이다.

신차는 자동차 업체의 ‘모든 것(Every thing)’으로 여겨진다. 어떤 신차를 출시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고, 미래가 바뀌어서다. 또한 신차가 잘 팔려야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량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신차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더스쿠프가 최근 3년간(2012~2014년) 신차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ㆍ기아차ㆍ한국GMㆍ르노삼성ㆍ쌍용차 5개 완성차업체가 출시한 45개 신차 중 7개(15%)만이 신차효과가 발생했다.

이 효과의 기준은 신차 출시 전달을 기준으로 증가세가 6개월간 지속됐는지, 전년에 비해 판매가 얼마나 늘었는지 등 두개로 잡았다. 증가세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한 건 ‘순수한 신차효과’만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자동차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신차효과 기간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로 본다. 참고로 현대차 ‘아슬란’, 르노삼성 ‘QM3’ 등 비교할 수 있는 기존 모델이 없는 차량은 제외했다.

갈수록 희미해지는 ‘신차효과’

국내 자동차 시장 부동의 1위 현대차를 먼저 살펴보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현대차는 9개 주요 모델을 출시했다. 2012년 ‘벨로스터 터보’ ‘싼타페’ ‘쏘나타 브릴리언트’ ‘에쿠스’, 2013년 ‘아반떼 쿠페’ ‘아반떼’ ‘투산ix’ ‘제네시스’, 2014년 ‘LF쏘나타’ 등이다. 이중 3개의 모델(싼타페ㆍ에쿠스ㆍLF쏘나타)이 뚜렷한 신차효과를 나타냈다. 신차효과 지속기간과 판매 증가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싼타페가 돋보였다. 이 차량은 2012년 4월 출시, 5월 7809대를 판매했다. 출시 전달인 3월(1497대)과 비교하면, 5월 421%, 6월 596%, 7월 433%, 8월 171%, 9월 312%, 10월 418% 증가했다. 6개월 동안 신차효과가 지속된 것이다. 전년 대비 판매량도 증가했다. 2012년 5월은 2011년 5월(1917대)에 비해 307% 늘었고, 6월은 471%, 7월 197%, 8월 53%, 9월 166%, 10월 350%, 11월 266%, 12월 302% 성장했다.

 
2013년 11월 출시된 대형차 제네시스도 눈에 띈다. 제네시스는 10월(1061대)에 비해 12월 판매량이 4% 증가했고,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4년 1월에는 251%, 2월 292%, 3월 200%, 4월 179%, 5월 157% 증가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은 2014년 1월부터 5월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각 월마다 증가율 100%를 넘었다. 2013년 12월 31% 감소한 건 옥에 티다.

중형차 LF쏘나타도 괜찮은 신차효과를 보였다. LF쏘나타는 2014년 3월 출시, 4월 1만5392대를 판매했다. 출시 전달인 2월(5083대)과 비교하면, 4월 202%, 5월 169%, 6월 112%로 증가하다가 7월 이후엔 97%, 8월 43%, 9월 63%로 떨어졌다. 차량 출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약해진 셈이다.

반면 준중형차 아반떼는 이렇다 할 신차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2013년 4월 아반떼 쿠페를 출시했는데, 3월(8346대)에 비해 5월 판매량이 1% 줄었고, 6월은 15%, 7월 5%, 8월 5% 감소했다. 이후 9월 10%로 증가했지만 10월 2%로 떨어졌다. 전년 대비 판매량도 2013년 5월 5%, 6월 28%, 7월 22% 감소했다. 8월 선보인 더 뉴 아반떼의 전년 대비 판매량을 보면 9월 10%, 10월 13%, 11월 18%, 12월 23%, 2014년 1월 15%, 2월 5% 감소했다. 요약하면 고급 대형차(에쿠스)와 SUV(싼타페)는 신차효과가 발생했지만 아반떼 등 중소형차에선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대표 중형차로 꼽히는 쏘나타도 신차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 차량 44% 신차효과 발생

이런 상황은 현대차만의 얘기가 아니다.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기아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쏘렌토R’ ‘K7’ ‘K5’ ‘스포티지’ ‘K3 쿱’ ‘K3 디젤’ ‘카니발’ ‘쏘렌토’ ‘K9’ ‘프라이드’ 등 9개 차량을 선보였다. 이중 3개 모델의 신차효과가 좋게 나타났다. 대형차 K7(2012년 10월 출시), 레저용 차량(RV) 카니발(2014년 6월 출시)과 쏘렌토(2014년 8월 출시)다. 3개의 차량 모두 6개월간 신차효과를 꾸준히 이어나갔고, 전년 대비 판매량 역시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준중형차 K3의 경우, 2013년 8월 쿱이 출시되자 판매가 되레 감소했다. 출시 전달인 7월(4228대)에 비해 9월 20%, 10월 27%, 11월 0.1% 감소했다. 이후 12월 13% 증가했고 2014년 1월 다시 12% 감소, 2월 2% 증가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을 보면 2013년 9월은 7%, 10월 60%, 11월 44%, 12월 31%, 2014년 1월 8%, 2월 0.04% 감소했다. 한국GM은 2012~2014년 출시한 20개 신차 중 말리부 디젤(2014년) 1개 모델에서만 신차효과가 발생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시장 트렌드가 변하면서 모델별 신차효과 역시 변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신차를 배치,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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