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투자증권의 비애

▲ LIG투자증권의 매각과 합병에 관한 여러 가능성이 등장하고 있다.[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제공]

KB금융지주와 LIG손해보험의 M&A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인수대금 합의에 성공하면서다. 시장은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를 분석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이런 순항을 마냥 반기지 못하는 곳도 있다. LIG손보의 계열사 LIG투자증권이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 KB금융지주와 LIG손해보험의 매각합의를 바라보는 LIG투자증권 관계자의 말이다. KB금융은 최근 오랜만에 웃었다. LIG손보와 매매금액 조정에 최종합의하며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인수ㆍ합병(M&A) 잔혹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KB금융은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금융지주회사(FHC) 승인이라는 마지막 언덕만 넘으면 LIG손보를 최종 인수하게 된다. LIG손보의 미국법인을 운용하려면 미 FR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LIG투자증권은 이런 분위기를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LIG투자증권의 지분 82.35%는 LIG손보가 보유하고 있다. LIG손보가 KB금융에 인수되면 LIG투자증권 역시 KB의 손자회사가 된다. 문제는 KB금융이 LIG투자증권을 품안에 둘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법(제19조)상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다른 회사를 소유할 수 없어서다. LIG투자증권이 KB금융-KIG손보의 합의를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까닭이다.

 
KB금융이 LIG투자증권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매각ㆍ청산ㆍ합병 세가지다. 이중 청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 멀쩡한 회사를 청산할 경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적 실익도 작다. 둘째 카드는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시너지 효과가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LIG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881억원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5700억원인 KB투자증권과 합병해도 자기자본은 8000억원에 불과하다. 합쳐봤자 중소형 증권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두 증권사 모두 투자은행(IB)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어, 영역이 겹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증권사 M&A에 나선 것은 부족한 리테일(소매판매)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LIG투자증권과 합병한다고 해도 대형화를 이룰 수 없고, 사업 시너지도 크지 않아 합칠 가능성은 크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LIG투자증권의 재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매수자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국계 증권사에 가격이나 규모면에서 매력적일 것”이라며 “중국 증권사 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시장 안팎에 LIG투자증권을 둘러싼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임직원들의 고용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말 희망퇴직과 지점폐쇄로 내홍을 겪었다.
 
한만수 LIG투자증권 노동조합 지부장은 “LIG투자증권 처분에 관한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임직원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직원의 고용안전과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재매각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B금융이 인수대금을 지급하는 날에 맞춰 재매각 반대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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