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희비 쌍곡선

▲ 지난 3월 25일 삼성물산의 베트남 철강단지 항만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자, 건설업계에 ‘봄바람’이 파고들고 있다. 미분양이 해소되는 등 공사현장에 활력이 감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건설업계의 케케묵은 비리와 사건사고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 ‘모럴해저드’와 관련된 비리와 사건사고다. 건설업계를 감싸고 있는 ‘희비喜悲 쌍곡선’을 살펴봤다.

최근 분양시장이 열기를 띠면서 건설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봄바람’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에 급급해 자행한 부실시공문제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거다. 협력업체의 거래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방식의 ‘갑甲질’도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 계열 업체들은 ‘공사비 부풀리기’ ‘정권 결탁’ 등의 수법을 통해 뒷돈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50대 인부 유모씨가 3~4m 높이의 작업대에서 추락, 오른발 골절상을 입었다. 유씨는 소화배관 작업을 하기 위해 사무실 구간인 타워동 6층에서 테이블리프트에 올라탄 채 내부배관 작업을 진행하다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 삼성물산의 베트남 현장에서도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 회사가 진행 중인 ‘포모사 하띤 철강단지 항만부두’ 건설공사현장에서 임시가설물이 붕괴되면서 13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싱크홀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올초 법원은 시공사 SK건설에 서울지하철 7호선 신복사거리역~부평구청역 공사장 인근 GM디자인센터 균열과 지반침하 등의 일부 책임을 물었다. 지난 2월 20일 용산역 앞 인근 지반침하, 이른바 ‘용산역 싱크홀’의 원인도 대우건설의 관리부실로 판명됐다. 

이런 사고들은 건설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모럴해저드’가 화禍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일부 건설업체는 떨어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불량ㆍ불법 자재를 납품하는 등 비윤리적 경영형태를 보였다. 국내외 사업장에선 공사비가 관례처럼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른다. 이런 ‘모럴해저드’가 공사부실 논란의 첫째 이유라는 얘기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발생한 안전 관련 사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일부 공사현장에선 정품ㆍ부실자재ㆍ부품을 혼용해 납품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버젓이 자행돼 왔다”며 “단순한 사고로도 수백명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일부 건설사와 협력업체들의 비윤리적인 경영 형태가 공사 부실을 키우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최근 수많은 비리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주도로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 사업 진행과정에서 10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 중 47억원 상당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26위인 경남기업도 성완종 회장이 정권과 결탁,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발견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 회장은 현재 경남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했고, 경남기업은 경영악화로 법정관리ㆍ상장폐지로 내몰린 상태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사실상 일부 대기업들은 계열 건설사들을 통해 암암리에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통해 뒷돈을 조성하는 창구로 활용해 왔다는 게 왔다”며 “이런 관행들이 최근 들어 반복돼 터져나온다는 점에서 당분간 건설업계를 향한 사정 칼날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봄바람이 불고 있는 건설업계, 말 그대로 ‘호사다마好事多魔’다.
박병표 더스쿠프 기자 tikitiki@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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