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아령을 들고 걸으면 어깨관절에 손상을 줄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동장군의 기세가 꺾이더니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입었던 두툼한 외투를 세탁소에 맡기고 몇달 전 옷들을 꺼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까지 헐렁했던 바지가 이제는 먹잇감을 삼킨 보아뱀 껍질처럼 내 몸에 달라붙는다. 비싼 옷이라 아깝지만 별도리가 없다.

살을 빼든지 아니면 기부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13월의 보너스도 못 받은 터라 한푼이 아쉽다. 결국 살을 빼서 예전의 옷을 입자는 판단이 선다. 겨우내 먹은 탓에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봄처녀들이 한강변에 출몰하면 정말로 봄이 온 것이다. 생머리를 질끈 묶고 힘차게 걷는데 어디서 구했는지 앙증맞은 핑크빛 아령을 양손에 들고 있다. 터질듯한 바지 엉덩이에도 핑크(PINK)라고 쓰여 있다. 새벽잠을 뿌리치고 걷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지만 문제는 남은 절반이다. 딸과 같은 어린 친구들이 대견스럽지만, 아령은 집에 두고 나오는편이 좋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관절의 최대가용범위(ROM)에 무리를 줘 인체에서 회전반경이 가장 큰 어깨관절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걷는다는 것은 신체의 말단에 중량을 거는 행위다.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을 고려해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아령과 걷기의 만남이니 유무산소 운동을 동시에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작은 도구로 골격근에 부하를 줄 수는 없다. 아령을 들고 걷는 것이 칼로리 소모를 조금이라도 늘리지 않느냐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상해로 인한 손해보다 훨씬 작다는 점이다.

이는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원권을 끊은 첫날부터 모든 운동기구를 섭렵하는 건 좋지 않다.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과정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평생을 짊어진 멍에나 숙명 같은 것으로 여겨야 한다.

새벽에 강변을 걷더라도 목표한 지점을 반드시 찍고 돌아올 필요는 없다. 힘들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도 된다. 산에 오르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중턱에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내려오면 그만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혼용 대사가 이뤄지는 시점은 콧등에 땀이 맺힐 정도의 강도로 걷기 시작한 지 20분이 되는 시점이다. 이를 기점으로 40여분이 지방을 가장 활발히 태우는 타이밍이다. 운동시간이 늘어지면 우리 몸은 체중감량 노력을 비웃듯 피로물질인 젖산을 내보내 지방의 분해를 방해한다. 내 몸에서 소중히 여기는 지방의 분출이 끝났으니 오늘은 그만하라는 의미다.

목표에 매달리면 운동조차 고달픈 일이 된다. 건강을 위한 우리의 모든 행위는 여정을 즐기는 여행과 흡사하다. 여정을 즐기지 못한 자가 목적지에 도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운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끝이 없기 때문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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